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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번 1. 런던 표 붕어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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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15번진짜안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3건 조회 9,876회 작성일 06-08-20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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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는 많은 한국인이 많이 있다. 런던에 많은 사스콰치들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런데 나는 런던의 길거리나 버스정류장, 튜브 플랫폼, 커피가게 화장실, 미아  보호소, 마리화나 노점상 등등 장소 막론하고 스치게 되어있는 동양인들 중에서

 앗, 저 사람은 한국사람 일 테다, 라고 찍어서 맞히길 참 잘했다.
 덕분에 나는 한국분이세요? 라는 유행어를 잘 안 썼다. 쓰면 느낌이 이상해진다.
 내가 런던의 피카딜리 서커스에서 산세비에이라 화분을 만나,
 '저기 혹시 산세비에이라 화분이세요?' 라고 물어보면 느낌이 이상할 것 아닌가.
 게다가 사스콰치도 아니고 그냥 ‘사람’ 인데 한국 사람이건 아니건 무슨 상관이지?

 그런데 상관은 없지만, 위에 말했듯 난 한국사람을 점쟁이처럼 신통하게 잘 맞혀왔다. 일단 한국어를 쓰고 있으면 100% 맞혀낸다. 기가 막히는 재주다. (ㅡㅡ;;)
 그리고 생김새에서 핏줄이 확 땡기면 80% 이상 우리나라 사람이다. 그런데 오늘의 요지인, 스타일!
 하고 다니는 스타일이 딱 한국 사람인걸, 하고 느낌을 주면 그야말로 덜컥 한국사람이다.

 중국 사람이나 일본 사람도 스타일로 구분 할 수는 있지만, 우리들은 왠지 찍어낸 듯 보이는 획일적인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화려하거나 개성있기 보단 무난한, 옷을 선호하고 소품들도 남들이 다 가지고 있는 것 위주로 휴대하고, 머리 모양도 눈에 띄지 않는 디자인으로 맞춘 채 별로 생각 없어 보이는 눈빛을 하고 있다.
 일본이 가진 ‘지 랄같은 개성’이나 중국이 가진 ‘어쩐지 촌스러운 느낌’ 사이에 우리가 있다. 그게 우리의 지리적인 환경요인이자 민족성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아무 생각 없어 보이는 무난한 느낌, 같은 걸로 구분되면 좀 쪽팔린다.

 나는 한국사회가 가지고 있는 획일화 이데올로기에 두 손 두 발, 궁뎅이 두 짝 다 들었던 사람이다. (오 Hip-Up 이 저절로!)

 우리들은 몇 십년동안 붕어빵 찍어내듯, 똑같은 과정, 똑같은 방식의 교육을 받으며 자라고, 똑같은 사고, 똑같은 삶의 태도를 주입받는다. 남들이 하면 다 하고 남들이 안하면 안한다.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길을 때리는 사람은 매우 드물고, 있더라도 그 길을 때리기 위해 한심할 만큼 쓸데없는 것들과 싸워야 하고, 심지어 붕어빵 같은 자들에게 인생을 멍청하게 살고 있다는 비난까지 때려 받는다.

 런던 와서도 우리들은 대개 런던 표 붕어빵과 비슷한 과정을 거친 후 한국에 돌아간다.

아, 이런 21세기에 붕어빵이란 얼마나 지겨운 것인가! (갑자기 붕어빵이 먹고 싶어지긴 하지만...)

  자, 어학연수를 예로 들면 누군가가 런던에 영어를 공부하러 왔다. - 귀국세일 하는 사람에게 이런저런 물건을 산다, - 그리고 얼마 후, - 귀국세일이란 걸 하고 - 집으로 돌아간다. 이런 예는 식은 오뎅같지만 ㅠㅜ 이런 싸이클은 마치 영원히 계속되기라도 할 것처럼 판에 박혀있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영어를 공부하러 런던말고 - Newquay 같은 작은 도시에 와서 - 파푸아뉴기니어를 배우고, - 마약판매상이 되어 - 남은 마약 귀국세일, 같은 걸 하고 떠나야 한다는 얘기인가?  아니다. 무언가 자신만이 땡기는 것들에 대해 ‘남다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얘기다. ‘남 같은’ 삶을 런던까지 와서 지속한다면 재미라곤 없지 않냐는 것이다.

 나를 비롯해 런던에 왔다 간 한국 사람들은 너무나도 비슷한 형태로 살다 간다. 학원, 일, 집. 배낭여행, 마치 고등학생들 같다. 수업, 보충수업, 야간 자율학습, 수학여행, 식으로. 그런 생활에는 꿈도 재미도 없다. 그렇지만 꿈이나 재미를 추구하기엔 너무 고단한 생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해도

 감각까지 그 고단함에 묻어 놓을 수는 없는 것이다.

 “오, 그 멋진 옷은 뭐야? 그런 악세서리는 어디서 팔아? 그런 굉장한 헤어스타일은 무슨 이데올로기야?”
라고 물어 볼 한국인이 없다.

 동양인 중에서 개성 있고 감각적인 애들은 다 한국인이더라, 라는 유행이 차곡차곡 쌓였으면 좋겠다. 
 조금 멋 부렸다 싶으면 일본사람이냐고, 취급받는데 대해 이의가 있어야 한다.
 딱 옷 입은 거나 머리스타일이나, 하고 다니는 표정 보면 바로 코리안이라고 번쩍번쩍 답이 나오게 하고 다녀선 한국의 장래 역시 중간에 낀 어중간한 나라에 고착될 뿐이다. 아 우리들의 감각은 정말 잔인하게 획일적이다.

 너무 겉보기 치장에 대해서만 조잘대고 논지를 확 비약한 감이 있지만, 내 글이야 뭐, 이렇게 조잡한 게 개성이다. (ㅡㅡ;;)

 한국 사람을 만나서 반갑게 이런저런 얘기를 할 때 영국에 무언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와 있는 사람을 많이 만났으면 더 반갑고 좋겠다. 여러 명 멋진 한국 사람들을 만나 보았다.

 그들의 꿈은 고귀했으며 노력들은 소름끼쳤다. 

 반대로 내가 만난 사람들 중 가장 한심한 건 이런 경우이다. 
 그 뻔해서 하품나는 경쟁논리로, 여기서 공부해 가면 토익 점수도 좀 더 올라가게 되고, 랭귀지 코스 수료했다는 간판도 따고, 그러면 입사시험에도 좀 더 Advantage를 가지게 될 거라는 대답,
 그런 식으로 자기 경쟁력을 얼마나 키우는가는 사실 중요하지 않다. 도대체 우리의 꿈이라는 게 좋은 회사원이 되어 안정적으로 살게 되는 것일 뿐이란 말인가?
 심지어 자신만의 생각이나 꿈조차 경쟁의 논리에 갖다 바쳤단 말인가.
 경쟁에서 이긴 뒤에 기껏 기계의 부속품 같은 게 되어서 다만 남들보다는 잘 버티는 게 최고의 가치란 말인가?
 뭔가 자기 꿈이나 자기 가치가 있어야만 하지 않겠는가?
 뭘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빈 생각들로 개구리처럼 살아가면 서럽다. 인간이 얼마나 죽여주는 만물의 영장인데!

 천편일률을 벗어나 좀 몇 마디만 대화하더라도 이 사람은 색다른 종류의 새끈한 꿈을 가지고 있구나, 라고 느끼고 감동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

 겨우 몇 십 년 안 되는 군사 정권의 우민정책이 백성들을 이렇게 무색무취의 사람들로 만들어 놓았단 말인가.

 영국에 나와 있거나 다녀갔거나 다녀갈 한국 사람은 참 많지만, 전체 인구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숫자이다.

 하지만 이 좀 넓다는 세상에 나와 있는 그들만이라도, 고여 있는 물 같은 한국사회의 폐쇄적이고 진부한 가치체계에 대해 도전하고 파장을 일으키고 개선해 나갈 수 있다면 멋지지 않겠는가.

 왜냐하면 그것이 국가적 발전이고 그것이 개인의 삶을 좀 더 종류별로 행복하게 하는 감각적인 스타일이 될 것 같지 않은가?

 런던 표 붕어빵스타일 안 멋있다.


(사진 - naver IIIIIIIIiiII 님의 브로그에서 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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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고양이씨님의 댓글

고양이씨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글을 읽으면서 내려오기까지 궁금했던 단어. 사스콰치-가 뭐죠?

15번진짜안와님의 댓글

15번진짜안와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되었다는(믿거나 말거나인) 숲 속 괴물요..빅풋이라고도 불리는 털복숭이 거대 유인원, 인데.... 아 역시 적절하지 못한 비유란 ㅠㅜ

별로님의 댓글

별로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정말 글 못쓰고 유치한데, 잘 쓰는 척 하는 사람같다.

주절이 주절이 늘어쓰지 말아요.

제니퍼스토리님의 댓글

제니퍼스토리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15번 진짜안와님 여기서도 글쓰시네요^^영국사랑에서만 뵙다가..재밌게 읽고 있어요!

00님의 댓글

00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한편으로 깨달음이 생기면서도, 15번진짜안와님을 꼭 보고싶군요. 정모에 나오세요. 어떤 스탈이실까???

로드무비님의 댓글

로드무비 이름으로 검색 작성일

  이제야 본 글이지만. 꽤 수긍할 만 한, 썩 읽을만한 글이네요.
일본사람인가요?...라는 질문에 기분나쁘지 않아하는것도 뒤돌아생각해보면 씁쓸하긴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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