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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 올림픽에선 볼수 없게 된 영국 축구 단일팀

영국 올림픽 위원회는 지난 2012 런던 올림픽에 '영국 축구 단일팀(Team GB)'을 만들어 52년 만에 올림픽에 출전시켰다. 2012 런던 올림픽은 64년만에 런던에서 개최된 세 번째 올림픽이었고 주최국이자 축구의 종주국이기 때문에 출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명분 아래 단일팀을 출범시킨 것이었다. 반 세기 만에 깜짝 등장해 이목을 끌었던 영국 단일 축구 대표팀은 오는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이후 리우 올림픽)에서는 보지 못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영국 축구 단일팀이 무산된 이유는 무엇일까? 

축구 종주국과 2012 런던 올림픽

FIFA(국제축구연맹)는 한 국가에 하나의 축구 협회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종주국'인 영국에는 예외를 두고 있어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 각각 네 개의 축구 협회를 인정하고 있다. 잉글랜드 축구협회인 FA(Football Association), 스코틀랜드 축구협회인 SFA(Scottish Football Association), 웨일즈 축구협회인 FAW(Football Association of Wales), 그리고 북아일랜드 축구협회인 Irish FA(Irish Football Association)가 이에 해당한다.

2005년 7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117회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총회에서 2012년에 열릴 하계 올림픽 개최지가 발표됐다. 최종 투표에서 영국의 런던이 54표를 획득해 4표차이로 프랑스의 파리를 제치고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런던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서 세계 최고의 프로 축구리그인 프리미어리그와 윔블던 주최지 등을 앞세워 세계적인 스포츠 도시임을 강조해 IOC위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이에 토니 블레어 총리와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활발한 유치 활동 역시 IOC위원들의 표심을 잡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다.

(올림픽에 출전하는 영국 단일팀을 일컫는 'Team GB')

영국에게 축구는 종주국으로써의 위상과 자부심을 심어주는 스포츠다. 월드컵과 유로(유럽축구 국가대항전)등 국제 축구 대회에서는 영국을 구성하는 서로 다른 네 나라가 출전하고 있다. 즉 단일팀이 출전해야 하는 올림픽에서 네 개의 협회가 참여할 수 없어 축구 종목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2 런던 올림픽 개최로 영국은 축구 종목에 출전해야 하는 명분이 생겼고, 1908년 런던에서 처음으로 열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것에 힘을 얻어 단일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반 세기 만에 탄생한 '영국 축구 단일팀'

축구는 언제 올림픽 공식 종목이 되었을까? 축구는 제 2회 올림픽인 1900년부터 공식 채택되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영국은 대회 초창기인 1900년 파리 올림픽, 1908년 런던 올림픽,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이후로는 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지 못하다가 1960년 로마 올림픽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뒤 52년 동안 올림픽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1964년부터 1972년까지는 유럽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1976년 이후로는 대표팀을 구성하지 않았다.

영국은 런던이 2012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발 빠르게 단일팀 구성에 착수했다. 영국올림픽위원회는 단일 축구 대표팀 구성에 찬반에 관한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시종일관으로 단일팀 구성에 반대의 의견을 나타냈다. 반발을 산 이유는 FIFA 때문이었다. 처음에 FIFA의 제프 블레터 회장은 "올림픽에 참여는 하되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로만 구성된 팀으로 출전해야 한다"며 "네 나라의 선수들로 이루어진 단일팀에 의해서 각국의 협회의 독립성에 악영향을 미칠수도 있다"는 의견을 나타낸 것이다. 이는 잉글랜드를 제외한 나머지 축구협회의 반발을 샀다. 결국 FIFA는 단일팀 구성에 승인을 했고, 웨일즈는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대회를 1년 앞두고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설득으로 단일팀 합류에 동의했다. 단일팀 구성은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주도아래 이루어졌고 이는 52년만이었다. 

(2012 런던 올림픽에 52년만에 영국 축구 단일팀이 출전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단일팀에 라이언 긱스를 비롯해 닐 테일러, 조 알랜, 아런 람지, 크레이그 벨라미 총 다섯 명의 웨일즈 출신의 선수들이 포함되었고, 나머지는 잉글랜드 출신 선수들이었다. 웨일즈 출신으로 국가 대항전 무대를 밟아 본 적 없는 긱스에게는 감회가 특히 새로웠을 것이다. 긱스는 올림픽 조별경기에서 아랍 에미리트를 상대로 골을 기록하며 올림픽 본선 최고령 득점 그리고 웨일즈인의 첫 골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긱스를 포함한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있다. 긱스는 올림픽 무대 출전 후 "월드컵이나 유로 무대에서 뛰지 못한 것이 한이지만 올림픽에라도 나와서 뛰게 된 것은 대단한 일"이라며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며 앞으로도 단일팀 구성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역사속으로 다시 사라지게 될 단일팀

2012 런던 올림픽에 단일팀이라는 이름으로 출전한 영국이지만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이 포함되지 않아 '반쪽자리'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또 대회 도중 웨일즈 선수들이 국가 제창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생겨 잡음이 시끄러웠다. 또 야심차게 구성한 단일팀은 8강에서 한국을 상대로 승부차기에서 패해 탈락해 자존심을 세우지 못했다는데 결과적으로 비판을 받아야 했다.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는 보이콧)

FIFA는 만약 영국이 단일팀으로 축구에 출전할 경우 네 협회의 만장일치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고, 지난 3월 초 FA는 나머지 세 협회에 2016 리우 올림픽 단일팀 구성에 합의하자는 내용이 담긴 문서를 보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반대의 뜻을 계속해서 보여왔고, 웨일즈 축구협회의 로이드 휴즈 회장은 "FA가 모든 것을 쥐고 흔들려고 하는 태도에 매우 화가난다"며 "FIFA와 FA에 휘둘리지 않고 독립성을 지쳐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결국 FA는 동의를 얻지 못해 단일팀 제안을 철회했다.

(영국 언론 스카이 스포츠에서 예상한 올림픽 단일팀 베스트 일레븐)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까지 약 460일이 남았다. 해리 케인(토트넘), 가레스 베일(레알 마드리드), 라힘 스털링(리버풀) 등을 중심으로 한 단일팀 구성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은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리우 올림픽에서 영국 단일 축구팀이 출전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단일팀 구성 때문에 오히려 영국의 네 개의 축구협회들 간의 감정만 상한 상태이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FIFA는 다른 협회들과의 관계 개선 및 각 협회의 독립성을 인정해주는 것이 시급할 것이다.*

글. 라시스터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