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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계층화된 영국인들의 장바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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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7건 조회 7,308회 작성일 16-03-3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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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화된 영국인들의 장바구니

한국이라면, 내가 자주 가는 동네 할인마트는 이마트나 롯데마트, 홈플러스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백화점을 이용하거나 재래시장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들 대형 할인마트 서너 개가 독과점을 이루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곳 영국에는 동네마다 할인마트의 종류가 많은 편이다. 한국에도 비교적 잘 알려진 대형 할인마트인 테스코(Tesco) 부터, 웨이트로즈(Waitrose), 세인즈버리(Sainsbury’s), 모리슨(Morrisons), 알디(Aldi), 아스다(Asda), 코오퍼러티브(Co-operative), 리들(Lidl) 등. 여기에 냉동 식품을 주로 파는 아이스랜드(Iceland)와 우리나라 다이소나 천원샵 같은 파운드랜드(Poundland)까지 포함하면, 식료품 등 생필품을 파는 체인 마트의 종류는 거의 10여 곳에 달한다.

 

한 동네, 마트 종류만10 여 곳

더욱이 신기한 것은 한 동네에 이들 마트들이 서로 모여 있어도, 각기 나름대로 고객층을 형성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중산층의 사람들이 Waitrose를 주로 이용한다면, 좀 더 서민들이나 워킹 클래스들은 Lidl이나 Aldi, Poundland를 주로 이용한다. 물론 여러 마트들을 다니며, 품목별로 선별적으로 구매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필자도 그런 사람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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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영국에서 가장 큰 할인마트 체인,Tesco. 24시간 운영하기도 한다.

 

이들 마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보면, Tesco는 영국을 대표하는 대형 유통 업체로 미국의 월마트와 프랑스의 까르푸와 함께 세계 최대의 유통업체로 꼽힌다. 영국에서도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체인마트로 대형매장인 Tesco Extra 와 소형매장인 Tesco Express 등이 있다. Waitrose는 위에 언급한 각종 마트 중에서 비교적 프리미엄급으로1904년에 영국 식품회사로 출발했으며,영국 왕실에 공식 납품하고 있는John Lewis 그룹 소유의 슈퍼마켓 체인이다. 최근 우리나라에도 신세계그룹이 국내에 매장을 내기도 했다.

Sainsbury’s 와 Morrisons, Asda등은  Waitrose 보다는 조금 더 저렴한 중간 가격의 마트 체인에 해당한다. Asda는 영국에서 처음 설립된 슈퍼마켓이었으나, 1999년 미국 월마트에 인수되면서,현재는 미국식 대형 할인매장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이들 유통업체 중에서는 가장 저가의  할인매장인 Aldi와 Lidl 이 있다. 이 두 슈퍼마켓 체인은 모두 독일계 유통업체로 영국의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는 할인마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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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중산층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Waitrose(좌),서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Lidl(우). 경기 침체 속에서,저가 업체Lidl 이 시장 점유율을 점점 높여가고 있다.

 

중산층은 Waitrose, 서민은 Aldi나 Lidl

좀 더 실생활속에서 이들 마트가 지닌 장단점을 비교하자면,(우리 식구들이 영국에서 살아가면서 체득한 장보기 전략이기도 하다) 고기류 등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의 경우는 다소 비싸지만, Waitrose에서, 그밖에 식품들은 Lidl 이나 Aldi에서(특히 이 두 곳의 베이커리는 저렴하면서도 맛있다), 공산품이나 생수 등은 Co-operative 나 Poundland에서 주로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한 Tesco나 Asda는 대형 마트로 의류나 전자제품도 일부 구매할 수 있어 한번에 장을 보기에 편리하다.

가령 필자가 사는 지역의 경우에는, 반경 1km내에 이들 마트들이 대부분 모여 있다. 처음 영국에 와서는 마트들이 이렇게 모여 있는데, 어떻게 각자 수익을 올리며 명맥을 유지할까 의아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이들 마트들은 각자 나름의 고객층을 지니고 있으면서, 각기 다른 주 이용객들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다. 물론 유럽내 경기가 어려워 지면서 이들 마트들로 점점 그동안 나름대로 나눠져 있던 각자의 고객층을 뺏어 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업체들간의 명암이 갈리기도 한다.

최근 영국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이중 Morrisons과 Sainsbury’s가 다소 어중간한 가격대로 인해, 일부 매장을 줄이는 등 긴축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가장 저가의 할인마트인 Aldi와 Lidl(모두 독일계 체인)은매출이 증가하면서, 런던 도심에 매장을 확장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고 있다. 영국인들의 호주머니 사정이 아직은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저가의 할인마트가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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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결국 모든 유통업체의 경쟁상대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Brexit(영국의 EU 탈퇴), 생필품 가격 급등우려

하지만 이들 모든 유통업체들에게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아마도 온라인 쇼핑몰 시장의 확대가 아닐까 싶다. 물론 waitrose 등 기존 업체들 역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면서, 고객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최근 들어 Amazon등 대형 온라인 쇼핑몰들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며, 영국인들의 장바구니를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영국이 EU를 탈퇴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일명 브렉시트와 관련해서, 영국이 EU 탈퇴시 각종 생필품 값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영국의 EU탈퇴를 반대하고 있는 캐머런 총리는 영국이 그동안 누렸던 EU국가와의 관세 혜택이 줄어들게 되면서, 각종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며, 이와 함께 영국 축산물의 EU 수출에도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장갑이나 양말에 20%와 13%의 면세 혜택을 보던 것이 사라질 것이며, 독일과 프랑스 등으로부터 수입되어 온 많은 식료품의 가격도 오를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영국내 약300만개의 일자리가 EU와 연계되어 있는데, EU 탈퇴로 그 중 상당수의 일자리가 줄어들게 될 것이라면서, 영국의 EU 탈퇴가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할인 마트인 Aldi나 Lidl 모두 독일계 유통업체이기 때문에 영국이 EU를 탈퇴하게 된다면, 이들 할인마트에서 저렴한 가격의 생필품을 구입하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최근 런던정경대(LSE) 산하의 경제성장센터(CSP) 역시 영국이 EU를 탈퇴할 경우 각 가정대 연간 약 1,700파운드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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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4>캐머런 영국 총리(좌), 영국서민들이 더 어려워진다며 브렉시트 반대 / 보리스 존슨 런던 시장(우), 영국 서민들이 이대론 더 이상 못살겠다며 브렉시트 찬성

 

다양성? 아님 계층화된 사회의반영?

이처럼 6월 23일로 영국의 EU 잔류 여부를 결정하는 국민투표일이 정해진 이후, 브렉시트가 영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한 상반된 주장이 연일 영국의 언론에 오르내린다. 영국 국민들은 과연 어떤 고민과 선택을 하게 될까? 영국의 EU잔류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브렉시트가 생필품 가격을 올리고, 일자리를 줄어들게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반면, EU 탈퇴를 주장하는 측은 오히려 영국이 EU에 남아 있음으로써 사회적 비용이 늘고, EU회원국 출신 이주민들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 모두 결국은 영국 서민들이 살기 좋도록 하자는 이야기인데, 현실은 오늘도 저가 할인마트에서 더 저렴한 상품을 찾아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영국 서민들의 모습니다. 다양한 의견과 사상이 자유롭게 논의되고 소통되는 사회이지만, 마트 조차도 경제적 수준에 따라 계층화 되어 나눠져 있는 영국의 생활상에서, 이 사회 내에 너무나 오랜 세월 동안 굳어져 온 계층과 계급이라는 커다란 벽이 여기 저기 놓여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영국의 EU탈퇴와 관련해 영국인들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영국인들의 장바구니가 점점 가벼워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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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그들의 장바구니가 더 가벼워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source: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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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융피융님의 댓글

no_profile 피융피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가장 사랑하는 레디밀의 제왕 M&S가 없네요 ㅎㅎㅎ 페이데이는 M&S에서 장 보는 날!

Lidl이 하도 싸다고 해서 가봤는데 싸긴 싸지만 확실히 마트 분위기가 시장통 같더라구요. 제가 사는 동네도 M&S , Waitrose, Co-op, Sainsbury's, Lidl, 다 골고루 있어요.

피융피융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피융피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막스 앤 스팬서 확실히 비싸죠...그렇지만 그런 만큼 음식은 진짜 맛이 있어서 ㅠㅠ 전 가끔 월급날 기분내러 갑니다 ㅎㅎㅎㅎ

아, 지방에는 거의 없나요? 제가 살던 곳에는 다 있어서 (런던/옥스포드/글라스고) 드물다는 생각은 별로 못했던 것 같아요...아 그러고 보니까 글라스고에서는 별로 못봤던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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