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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하루 세 번, 학교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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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479회 작성일 16-04-27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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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 번, 학교에 가다

여기 영국에 와서, 하루에 꼭 세 번씩 해야 하는 일이 생겼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리고 오는 일이다. 프라이머리 스쿨 2학년에 다니는 아이는 오전 8시 45분까지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한다. Nursery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는 오후반이라 12시 15분까지 학교에 간다. 3시 15분이 되면, 두 아이를 모두 데리러 학교에 다시 가야 한다.

아내와 나눠서 하기도 하지만, 시간이 되면 가능한 함께 학교에 간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하루 세 번씩 꼭 부모가 가야 한다. 아님 등록된 보호자(carer)라야 한다. 10살이 될 때까지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니, 만약 영국에서 계속 살게 된다면, 앞으로도 최소 6년간은 꼬박 이 매일매일의 의식을 치러야 한다.

처음에는 다소 귀찮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적응이 돼서 운동 삼아 부지런히 걸어 다닌다. 아침 등교 길에 만나 아침 인사를 주고받는 영국인 부모도 알게 되었고, 하교 길에는 간혹 한국 부모들과 아이들을 데리고 공원에도 간다. 차를 가지고 오는 부모들도 있지만 우리처럼 걸어서 다니는 부모들도 많다.

사진1.jpg

사진1> 영국 학교의 등교 길, 유모차를 탄 어린 동생들도 함께 간다.

아이들 안전과 건강이 우선

한국에서 아침 출근길이면 아파트 동과 동 사이를 다니는 노란색 의 유치원 버스를 많이 볼 수 있다. 한국에 있을 땐 우리 아이들도 그 버스를 타고 유치원과 학원으로 실려 다니곤 했다. 집 앞까지 와서 데리고 가고, 데려다 주는 그 노란색 버스는 분명 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편리한 서비스다. 하지만 간간히 뉴스에 나오는 교통 사고들. 아이들이 승 하차 하다가 운전자의 부주의로 인해 차에 치이거나 다치고, 심지어 더운 여름날에 아이를 버스 안에 두고 내려 아이가 질식하는 일 등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 마다 부모들의 편리함 때문에 아이들이 무고한 희생을 당한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물론 이러한 편리함을 지키고 누리기 위해서, 보다 철저히 안전 수칙을 지켜야 함에도 이를 소홀히 하는 어른들의 자세가 근본적으로는 더 문제겠지만, 이곳 영국의 다소 답답해 보이는 철저한 등 하교 원칙은 분명 배울 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부모는 아이를 양육하고 안전하게 학교에 보낼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10세 이하의 어린 아이의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물론 그런 책임과 의무 때문에 어린 아이를 데리고 있는 엄마들이 풀 타임 정규직으로 일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픽업하러 학교에 가는 시간에 대해서는 회사나 고용주들도 어느 정도 양해해 주기도 하니 다소 어렵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 어쨌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아이를 내가 책임지고 안전하게 학교에 보내는 일이다.

사진2.jpg

사진2> 영국의 국민 요리사, 제이미 올리버가 학교급식 개선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제이미 올리버 레서피 vs. 백종원 레서피

이런 어린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의식은 아이들의 식생활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영국 역시 패스트 푸드로 인한 아이들의 건강에 대한 사회적인 우려가 많고, 학교 급식 역시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에는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영국의 국민 요리사라 불리는 제이미 올리버가 학교 급식에서의 가공 식품 사용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영국의 학교 급식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는 중이다. 그가 지난 2005년 당시 총리였던 토니 블레어 총리와의 면담을 신청하여,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정크 푸드 대신 따뜻하고 건강한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 일은 유명한 일화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요즘도 여전히 백종원 스타일의 요리법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소개되는 레서피는 쉽고 간단한 요리법으로 바쁜 현대인들의 기호를 사로 잡고 있다. 더욱이 일상에 바쁜 많은 부모들에게는 쉽고, 간단하면서도 아이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만한 요리법이라 여겨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편리함과 효율성만이 있을 뿐, 아이들의 안전과 건강에 대한 고려는 충분치 못한 것 같다. 과연 그런 식의 요리법이 아이들의 건강에 별 문제가 없는 것일까?

사진3.jpg

사진3> 설탕세(sugar tax), 설탕을 포함한 음료 등에 추가로 물리는 세금이다.

영국은 최근 일명 ‘설탕세 ‘ (sugar tax)를 도입하기로 했다. 설탕세는 설탕을 포함한 음료 등에 기존 세금 외에 추가로 세금을 물리는 것으로 특히 아동들의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탄산음료에 규제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세수를 올리기 위한 영국 정부의 정책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최근 아동들의 건강에 대한 영국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또한 최근에는 파스타 소스에  과당이 지나치게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해당 회사를 소비자단체가 고발하는 일도 있었고, 심지어 일부 식당업주들은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외식할 때 물을 달라고 하는 것이 어색하니, 그냥  아이들에게 탄산음료를 시키는 경우가 많다며, 주문 전에 먼저 생수를 제공하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하루 2시간의 시간 낭비?

물론 영국과 한국의 여러 가지 교육환경, 양육환경, 직장문화 등은 서로 다르다. 객관적인 인프라가 다른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영국의 방식이 옳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국의 인프라가 영국에 비해 뒤쳐진다고도 말할 수도 없다. 영국은 프라이머리 2학년까지만 무상급식을 제공하고 있고, 학교도 한국처럼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보통 집에서 1km 내외에 있다. 우리도 걸어서 15분 정도 걸리는 곳에 아이들 학교를 보낸다. 나라 탓, 사회 탓, 문화 탓 만을 할 수는 없다는 이야기다. 결국 내 아이지 않은가.

우리 아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방과후 교실로 축구 클럽에 참여한다. 수업이 끝나면 한 시간 정도 학교 운동장에서 클럽활동을 하게 된다. 그럴 때면 방과후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학교에 한 번 더 가야 하니 매주 목요일은 최대 네 번 학교에 간다. 걸어서 15분이니, 왕복 30분, 총 2시간을 아이들과 학교 가는 길에서 보낸다. 과연 나와 아내는 매일매일 아까운 시간을 길에서 허비하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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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여기는 학생들이 많아서 이런 글이 공감이 갈지 모르겠지만 저는 애 키우는 입장에서 공감이 많이 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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