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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Charity 와 Shopping 사이, 영국 서민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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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91회 작성일 16-07-06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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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비싼 물가로 인해 대부분의 영국인들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 평소에 쇼핑을 즐기기란 쉽지 않다. 런던 시내에 있는 쇼핑센터나 백화점이야 부유층과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으니, 그다지 때와 상관없이 늘 쇼핑객들로 분비지만 대부분의 지역 쇼핑센터는 평소에 한가한 편이다. 그런데 평소에는 그렇게 썰렁하던 지역 내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 사람들이 엄청 몰릴 때가 1년에 두 차례 있다. 우선 영국에서 가장 큰 세일 기간은 이른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 26, 박싱 데이(Boxing Day) 이다. 박싱 데이 당일이야 말할 것도 없고, 박싱 데이를 전후한 영국의 연말 세일 기간에는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다 쏟아져 나왔을까 할 정도로 어마 아마한 인파가 쇼핑가로 몰려든다.

1년의 두 차례 쇼핑 시즌, 연말과 여름휴가철

물론 최근에는 미국의 영향을 받아 블랙 프라이 데이(Black Friday, 11월 마지막 목요일)가 또 하나의 쇼핑 시즌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전통적으로 영국은 크리스마스와 함께 휴일로 정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박스(Box)채 선물과 기부를 하는 날에서 유래한 박싱 데이가 최고의 쇼핑 시기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는 크리스마스 재고 등 해가 넘어가기 전에 연말 재고를 털어내기 위한 기회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박싱 데이 만큼은 아니지만 또한 많은 영국 사람들이 쇼핑가로 몰려드는 시기가 바로 요즘과 같은 여름 휴가를 앞둔 6월 말과 7월 초 사이이다. 이 시즌 역시 판매자에게는 사람들이 여름철에 대거 바캉스를 떠나기 전에 재고를 정리하고자 하는 것이고, 소비자에게는 여름철 휴가를 위한 각종 휴가 용품과 함께 의류 등 생활 용품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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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박싱 데이에 런던의 한 백화점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백화점들이 1년 내내 각종 할인 행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새 봄 맞이부터 시작해서 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설날과 추석 등 명절 마다, 새 학년, 어버이날,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등. 그래서 백화점들의 전체 세일기간 일수를 합쳐보면 아마도 1년 중 절반 이상은 될 것이라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하지만 영국은 1년 동안에 이 두 차례의 세일기간이 소비자들에게는 쇼핑을 위한 최적기로 여겨지고 있고, 실제로 물건 값도 최대 70, 8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하니 평소에 벼르고 벼르던 영국사람들이 이 기간을 놓칠 리 없다.

평소에는 각종 마켓과 카 부츠 세일

이와 같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등 브랜드 상품을 판매하는 매장의 경우야 그렇듯 세일 기간에만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평소에 영국인들의 쇼핑 욕구를 채워주는 나름대로의 대안은 아마도 각 지역별 마켓일 것이다. 평소에는 아무래도 턱이 높은 백화점이나 쇼핑센터 보다는 많은 이들이 이들 마켓을 주로 이용하는데, 영국에 유명한 마켓으로는 버로우 마켓, 캠든 마켓, 포토벨로 마켓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남대문 동대문 시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이들 시내의 유명 마켓의 경우에는 관광객들에게도 꽤 유명한 곳들로, 식재료나 빈티지 제품, 앤티크, 고서적 등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흥미로운 곳들이다. 물론 가격도 많이 저렴하다. 앤티크로 유명한 포토벨로 마켓의 경우 운 좋으면 그야말로 득템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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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공원에서 주말에 열리는 카 부츠 세일

하지만 이곳 영국 사람들이 저렴하고 괜찮은 물건을 마음껏(?) 쇼핑할 수 있는 곳은 아무도 카 부츠(Car Boot) 세일이 아닌가 싶다. 카 부츠 세일은 사람들이 자신의 차를 가지고 와서 트렁크를 열고 물건을 판매하는 주말 장터를 말하는데, 물론 전문 상인들도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사용하던 물건을 가지고 나와 물물교환 형태로 판매하고 나눠 쓰는 곳이다. 물론 학교 주차장 에서 운영되는 작은 규모의 장터도 있지만 잘 알려진 카 부츠의 경우에는 규모가 엄청나게 크고 몰려드는 사람들도 많아 좋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라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가야 한다. 가전제품, 주방기구, , 서적, 식료품 등 없는 것 없이 다 파는 중고장터이긴 하지만 간혹 라벨 조차 떼지 않은 최신 제품이나 유명 명품 브랜드 제품도 구할 수 있다. 물건을 사용해 오던 사람들에게는 이제 쓸모 없는 물건이 되었지만, 그 물건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저렴한 가격에 생활용품을 장만할 수 있는 곳이다. 한국의 시골에서 열리는 5일장, 7일장과 같이 사람 사는 냄새를 흠뻑 맡을 수 있는 곳이다.

자선 기부 문화의 산실, 채러티 숍

그러고 보면, 중고물품에 대해서 영국인들은 참 거부감이 없는 것 같다. 유행에 별로 민감하지 않은 이들의 삶을 봐도 그렇다. 어디에서나 오랜 된 팝송이 흘러 나오고, 아직도 편지를 주고 받고, 우편 배달부가 손 수레를 이끌고 다니며 편지를 가정에 배달해 주는 나라이니 말이다. 그런 영국인들에게 카 부츠 세일은 주말에만 열리는 장이라면, 채러티 숍(Charity Shop)은 매일매일 찾을 수 있는 동네 상점과 같은 곳이다. 잘 알려진 옥스팜외에도 브리티시 하트 파운데이션’ ‘캔서 리서치 UK’ ‘센스등은 영국의 각 마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점들이다. 이곳 역시  중고물품을 주로 취급한다. 옷부터 시작해서 책, CD, 가구, 장식품, 장난감, 신발, 주방용품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되고 있으며, 물건 가격 역시 매우 저렴하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다만 필자 역시 한국에서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를 하거나 이용을 한 적도 있지만, 영국의 채러티 숍은 정말 오랜 전통으로 제대로 자리를 잡았다는 생각이다. 영국 최초의 채러티 숍으로 지난 1947년 옥스포드에 생긴 옥스팜(Oxfam)’외에도, 현재 영국 전역에는 약 6천 개가 넘는 채러티 숍이 운영되고 있고, 이곳에서 활동하는 자원 봉사자의 수 역시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oxfam.jpg

<사진3> 최초의 채러티 숍, 옥스팜

더욱이 판매 수익금을 자선사업에 사용하기 위해 운영되는 이 채러티 숍들은 실제로도 장사가 잘되고 상당한 수익금을 모우고 있으며, 이 모든 수익금이 영국의 각 자선단체 등에서 기아와 질병, 아동복지, 암 퇴치, 심장병 환우 돕기 등 각각의 목적에 맞게 사용되고 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사용하던 물건을 동네마다 있는 이들 채러티 숍에 기부하고, 또한 필요한 물건을 이곳 채러티 숍에서 구매함으로써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하게 된다. 영국인들은 자신들이 채러티 숍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기본적으로 하나의 기부행위나 자선활동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다지 거리낌없이 채러티 숍을 찾아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쇼핑을 한다. 물론 이곳에서도 간혹 유명 브랜드 상품을 정말 싼 가격에 득템하는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필자처럼.

그러고 보면, 영국의 자선활동과 기부문화의 하나로 시작된 박싱 데이나 채러티 숍. 지금은 경제난 등으로 살기 어려워진 영국 서민들에게는 없어선 알 될 쇼핑의 기회이자 공간이기도 하지만,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영국인들의 쇼핑문화와 함께 그들의 오랜 기부와 자선활동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곳임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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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 세일은 말만 세일이죠.
마음에 드는 상품은 '고갱님~ 그건 세일하지 않는 상품입니다~' ㅡㅡ;
영국은 확실히 세일을 하지만 늦게 가면 옷 같은 경우 맞는 사이즈가 없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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