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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한국과 영국의 캥거루 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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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6,890회 작성일 16-09-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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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간, “아름다운 거리

가까운 사람끼리 대화할 때 가장 편안한 간격은 문화권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약 50cm 내외라고 한다. 미국의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은 인간관계의 거리를 친밀한 거리, 개인적인 거리, 사회적인 거리, 공적인 거리 등으로 분류하고, 사람들간에 각 관계에 따라서 서로 편안함을 느끼게 해주는 이른바 아름다운 거리가 있다고 말했다.

서로 사랑하는 연인 사이라면, 거리 자체가 필요 없겠지만, 사랑하는 사람이라 해도 늘 얼굴을 맞대고 살 수만은 없으니, 때로는 편안함을 느끼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부모와 자식 사이는 어떨까?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자식이 갓난아기라면, 엄마의 품에 안겨 젖을 물고 있는 모습일 것 같다. 아이가 조금 자라나면, 엄마나 아빠 품에 안기거나 업혀 있는 모습이 보기 좋고,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라면,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학교에 가는 모습이 아름다운 모습일 것 같다. 자식이 10대가 되면, 부모와 나란히 걸으면서 친구처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정도가 보기 좋은데, 20대 이후로는 부모와 어떤 관계, 어느 정도의 간격이 아름다워 보일지 잘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성인이 되면, 부모 품에서 좀 더 떨어져 독립된 성인의 모습이 더 자연스럽기 때문인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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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전세계적인 문제, 캥거루 족


부모에게 떨어지지 못하는 자식들, 캥거루 족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 품을 떠나지 않는(또는 떠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많다. 이른바 캥거루 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캥거루 족이라고 하지만, 이태리에서는 밤보치오니(big baby), 프랑스에서는 탕기세대, 이곳 영국에서는 키퍼스(Kippers)세대라는 용어로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고 사는 세대들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이 부모에게 기대어 사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원인은 경제적인 문제이다. 취업난에 직장을 제대로 갖지 못하는 젊은이가 많고, 직장을 다닌다 하더라도 높은 집세와 주택가격으로 인해, 부모의 집을 떠나 실질적인 독립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이곳 영국이 경우에는 지난 수년간 집값과 렌트비가 폭발적으로 올라서, 심지어 결혼을 해서도 부모와 한집에서 사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성인이 되면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영국도 경제적 어려움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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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영국 캥거루 족의 가장 큰 원인은 점점 올라가는 집값과 집세


가족간 범죄와 노년의 붕괴

그런데 문제는 성인이 된 자식과 부모가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서로 뒤엉켜 살게 되면서 또 다른 사회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사회문제는 한국사회에서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종종 발생하는 끔직한 존비속간 범죄 외에도 한국사회에서 가족간 범죄율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2~5배 가량 높다. 한국사회가 갖고 있는 가부장적 전통의 폐해도 있겠지만, 서로에게 지나치게 기대고 있는 왜곡된 부모자식간의 관계가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 밖에도 캥거루 족의 문제는 부모세대의 노년을 붕괴시키는 원인이 된다. 아무리 착실히 노후 준비를 한 부모세대라 할지라도, 본인이 은퇴한 후30,40대 자녀들을 계속해서 뒷바라지 해야 한다면 경제적으로 버티기 힘들 수 밖에 없다. 대기업을 다니다 은퇴한 한 노년 가장이 자식의 생활비를 대 주다가 결국 자신은 폐지를 주워 생활하고 있다는 뉴스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이와 같은 가정의 붕괴, 노년의 붕괴는 결국 사회적 부담과 비용을 높여, 또 다른 캥거루 족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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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열심히 일하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늘 대견하다.


부모에게 집세를 내는 영국 자녀들

물론 이 같은 캥거루 족은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고, 우리나라만의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 영국에 살면서, 현상은 비슷하지만 본질은 좀 다른 모습을 본다. 이곳 영국도 서두에서 말했듯이 키퍼스세대라 불리는 이른바 캥거루 족들이 사회적인 문제로 종종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하지만 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에 급증한 높은 집세에 있다.

영국은 기본적으로 16세가 되면, 많은 부분에서 법적으로 성인으로 인정받는다. 운전면허를 딸 수도 있고, 결혼도 부모 동의 없이 할 수 있다. (, 술은 21세가 되어야 한다) 즉 세컨더리 스쿨을 졸업하는 나이 즈음이면,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고, 대학을 갈 수도 있다. 대학을 가게 된다면, 대학 학비는 당연히 본인이 부담한다. 물론 영국 대학생들은 입학과 동시에 정부로부터 저리의 학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통해 학비를 충당한다. 어쨌든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만약 대학을 졸업 후, 직장을 다니고 있으나 결혼을 하지 않은 자녀가 부모와 함께 산다면, 부모에게 집세를 내야 한다. 독립할 수 있음에도 독립하지 않고 있는 한, 자식은 부모 집에 세 들어 사는 세입자일 뿐이다. 금액이야 크지 않겠지만, 영국의 부모들은 함께 사는 자식들에게 집세를 받는다. 자식들도 그렇게 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그럼으로써 스스로도 떳떳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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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과 당연하지 않은 것의 차이

우리는 어떤가? 대학학비는 부모가 내준다. 용돈도 부모가 준다. 기숙사비도 부모가 준다. 취업을 하면, 자기 용돈은 자기가 번 월급으로 쓰겠지만, 취업을 못하면 계속 부모가 먹여주고 재워준다. 결혼을 할 때는 신랑네는 아파트 전세자금을, 신부네는 각종 살림 등 결혼 비용을 부모가 낸다. 결혼 후 아이를 낳으면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아이들을 봐달라고 한다. 그리고 그것을 상당히 당연하게 생각한다.

다소 과장된 상황 비교이긴 하지만, 두 나라에는 전혀 다른 부모 자식간의 관계가 있다. 한국의 상황을 영국인들에게 들려주면, 절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장성한 자식을 부양해야 하는 부모도 힘들고, 커서도 독립하지 못하는 자식도 결국 힘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나 영국이나 어려운 경제상황 속에서, 취업도 어렵고, 집값도 비싼 것은 사실이다. 영국도 젊은이들이 비싼 등록금 내고 대학 다니기 힘들고, 취업하기도 힘들고, 집사기도 힘들다. 영국의 노년층 역시, 넉넉하지 않은 연금 재정으로 늘 고민이다.

그렇기에 우선은 젊은 세대에 대한 사회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 함께 우리 스스로 우리 부모와 자식들이 아름다운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식은 부모에게 너무 기대고 있는지는 아닌지, 부모들도 자식들도 함께 자각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좀 더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고, 나아가 부모와 자식이 함께 사는 길이다.

(사진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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