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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이웃집 찰스' vs. '이웃집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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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6,162회 작성일 16-09-2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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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찰스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KBS에서 방영하는 오락프로그램인데, 방송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프로그램 소개 글을 보면 익숙한 세상을 떠나 낯선 한국 땅으로 온 외국인들! 단순 여행이나 일시적으로 머물다 떠나는 것이 아니라 취업, 학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한국 사회에서 정착해서 살아가려고 하는 사람들의 생생한 리얼 적응 스토리!”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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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kbs 프로그램, 이웃집 찰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인구통계자료에 따르면, 한국 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수가 136만 명에 달한다. 이제 한국의 거리를 지나다 스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외국인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에서도 이들 외국인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들이 꽤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이웃집 찰스외에도 비정상 회담이라는 프로그램도 유사한 소재를 다루고 있고, 몇 해 전에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이 상당히 대중의 인기를 끌기도 했다. ‘미녀들의 수다역시 다양한 사연으로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젊은 여성들이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을 비교적 유쾌하게 소개하는 토크쇼였다.


타지에서 느끼는 동변상련

예전엔 그저 가볍게 보던 프로그램이었는데, 요즘 필자가 영국에서 이웃집 철수로 살아가다 보니, 한국에서 이웃집 찰스들이 겪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이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이웃집 찰스에는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이 한국이라는 낯선 땅에 와서, 좌충우돌하며 겪는 갖가지 사연들이 소개된다. 터키에서 온 형제들의 이야기, 한국 여성과 결혼한 프랑스 남편의 이야기, 중동에서 온 한 가족의 이야기 등. 그들 역시 낯선 땅 한국에서 녹록하지 않은 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이곳 영국에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생활을 해나가는 한국 사람들이 오버랩된다. 때로는 언어의 문제로, 인종의 문제로 차별과 홀대를 받으면서도 열심히 정착해 나가는 많은 한국인들 역시 영국에 사는 이웃집 철수들이다.

사실 한국 사회가 이방인들에게 폐쇄적이라고 하지만 이곳 영국도 만만치 않은 것 같다.더욱이 이곳 영국사람들이 이주민을 대하는 태도는 다소 이중적이기도 하다. 특히 아시아계 이주민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다만 일본인에 대해서는 호의적인 편이다) 또한 같은 유럽의 백인들이라고 해서 다 호의적이지도 않다. 영국의 EU 탈퇴를 찬성하는 여론의 기저에는 폴란드인 등 동유럽 이주민 문제가 있었다. 조만간 시작될 본격적인 EU 탈퇴 협상과 관련해서도 유럽연합 회원국 국민의 영국 내 자유 이주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될 것이라는 것이 이곳 언론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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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2> 영국 사회에 이민자 문제가 브렉시트의 근본 원인

영국 사회의 뿌리깊은 인종 차별 문제

또한 브렉시트 투표 이후, 영국 내 이른바 인종 혐오범죄의 급증 역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있다. 특히 유럽연합 탈퇴를 적극 지지했던 지역에서는 다른 지역에 비해 관련 범죄가 2~3배 가량 더 발생하고 있다. 영국 경찰청의 자료에 따르면,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이후에 영국 전역에서 평균 57%가량 반 이민 혐오범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에게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고, 싫은 소리도 잘 안 하는 영국인들이 그 동안 속에서 참고 있었던 반 이민 정서가 브렉시트를 계기로 분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영국의 불평등과인권위원회는 영국 사회 내 소수인종에 대한 뿌리 깊은불평등과 차별이 존재한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 최근 영국 가디언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위원회의 신임 데이비드 이삭 위원장은 영국 사회 내 소수 인종에 대한 불평등이 이미 사회 시스템화되어 있으며, 이에 대한 시급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사회 내 갈등과 분열이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교육과 일자리, 급여와 의료보건 등에 있어 오랜 동안 사회시스템적인 불평등이 노정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자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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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3> 점점 심해져가는 영국사회내 인종혐오범죄


백인보다 유색인에 대한 차별 더 심해

오늘날처럼 문명화되고 개방화된 사회에서 단일 민족으로만 이루어진 사회를 찾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역시 외국인들에게는 매우 배타적인 정서가 있는데, 사실 우리나라는 단일민족국가라는 오래된 고정관념 탓이 크다. 최근에는 외국 생활도 많이 하고 국제화된 마인드를 가진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면서 외국인들을 좀 더 포용하려는 분위기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외국인에 대해 배타적인 분위기가 상당히 남아 있는 것 같다. 특히 백인보다는 유색인, 선진국 국민보다는 후진국 국민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역시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이고 차별적인 태도이다.

실제로 필자도 이곳에서 1년 이상 살면서, 적잖게 인종 차별을 느껴 왔다. 물론 명백히 인종차별이라고 여겨질 때에는 단호하게 대처했지만, 때로는 자격지심 내지는 열등감 때문에 지나치게 반응했던 적도 있었던 것 같다. 이들의 관습과 언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방인으로서, 낯선 환경에서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욕구가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 더 강했던 것이다. 간혹 영국의 식당이나 점포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되는 상황에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적이 종종 있는데, 사실 대부분은 여기 사람들의 일 처리 방식과 속도의 문제인 경우가 많았다.


서로 차이 인정하면서, 당당하게 살아가야

어찌 보면 결국 이방인인 우리가 이들에게 무조건 친절 하라고 기대하는 것도 무리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차별 받을 이유도 없지만, 그렇다고 특별 대우를 기대할 수도 없다. 결국 우리 스스로 당당하면 될 일이다. 우리가 그들과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도 인정해야 할 것이며, 서로의 차이에 대해 서로 이해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보여야 할 것이다. 영국 땅에 살고 있는 이상, 이들의 관습과 생활방식 역시 우리가 존중해 주어야 한다. 적어도 식당이나 점포에서 아무 때나 종업원을 불러 지시하는 행위는 여기 사람들의 생활 방식은 아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이 곳에 살면서 비교적 친절한 대우를 받았던 사람들은 영국 백인들보다는 동양계와 흑인이 더 많았다. 유색인으로서, 이민자로서 동변상련 탓이기도 하겠지만, 역시 백인들보다는 동양인들이 좀 더 인정이 있는 것 같다. 간혹 백인들에게는 친절하면서, 우리와 같은 동양인들이나 흑인들에게는 다소 거리감을 두는 한국인들을 볼 때면, 솔직히 씁쓸하다. 결국 자기도 유색인이면서, 알게 모르게 백인 우월주의를 갖고 인종차별을 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든 이곳 영국에서든 그런 식의 차별만큼은 없어져야 할 것이다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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