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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영국의 커피하우스와 한국의 자유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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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823회 작성일 17-09-07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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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지하철역인 뱅크스테이션에서 스카이가든 방향으로 걷다 보면, 과거 ‘Coffee House’ 가 있던 장소라는 표시의 건물벽을 발견할 수 있다. Coffee House는 과거 영국에서 성행하던 사교의 장소였다. 오늘날로 치면 스타벅스나 Costa와 같은 커피전문점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17~18세기라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지금의 수많은 커피 전문점보다는 훨씬 의미있는 장소였을 것이다. 기록에 따르면, 영국 최초의 커피하우스는 1650년에 문을 열었으며, 점차 인기를 얻어 1715년에 런던에만 2,000여 개의 커피하우스가 생길 정도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고 한다.


공론장의 산실, 커피 하우스


커피하우스는 당시 런던 시민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과 정보를 교환하는 사교의 장소였다. 사람들은 그곳에 모여 교역과 정치, 문학을 이야기했다. 오늘날 세계 최대의 보험회사인 런던의 Lloyds사도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언론학에서 커피하우스는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하버마스의 공론장(Public Sphere) 이론에서 영국의 커피하우스는 프랑스의 살롱과 함께 시민사회의 공론장을 형성하고 여론을 이끄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장소로 거론된다. 영국에서의 최초의 신문 역시 바로 이곳 커피하우스에서 만들어졌다고 할 수 있다. 공공장소에서 시민들간의 자유로운 대화가 이루어졌고, 그 속에서 자유 언론, 저널리즘의 기초가 싹튼 셈이다.


his01.jpg

<사진1> 영국의 커피하우스(왼쪽)과 프랑스의 살롱


언론관련 일에 종사하는 필자에게 런던에서 만난 커피하우스의 흔적은 남다른 의미를 갖게 한다. 특히 최근 한국 사회에 일고 있는 각종 언론계 이슈들을 접하다 보면 그 의미가 더 새롭게 다가온다. 지난 4일 공영방송 KBS MBC가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두 공영방송 소속 기자와 PD들이 취재 제작 거부에 들어간 것이다. 국민들이 이들의 공정방송, 공정보도의 열망을 얼마나 이해하고 공감할지는 잘 모르겠으나 우리 사회의 커다란 변화와 진전이 우리 언론과 함께 이루어져 왔음을 부인하기는 힘들다.


영화 택시운전사와 언론의 자유


최근 광주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에서도 당시 독일의 언론인 위르겐 힌츠페터로 상징되는 국내외 언론의 노력이 없었다면 광주의 참상은 더 큰 상처로 묻혀버렸을지 모른다. 지난 해 최순실 국정농단에 이은 촛불집회 역시 당시 진실을 밝히는데 언론이 큰 역할을 했음에도, 과연 그 동안 우리 언론이 좀 더 제 역할을 잘 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남게 한다. 언론은 한 사회의 진전과 민주주의를 지탱하기 위해 없어서는 안 될 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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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관중 천 만 명을 돌파한 영화 "택시 운전사"


그 옛날 영국에서 성행하던 커피하우스의 정신은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을 할 수 있던 장소라는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주로 엘리트들만이 그와 같은 의견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겠지만 매스미디어 사회가 되면서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은 민주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자유 발언(free speech)과 자유언론(free press)이 보장되는 민주사회의 시민들은 정당하게 국민의 알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되었고, 이와 같은 국민의 알 권리정확하고 신속하며, 불편부당하고 신뢰할 만한언론을 통해 실현될 수 있었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기회 되길


하지만 그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지 못한 우리 언론은 누구나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디지털 미디어 사회에서 급기야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물론 그 과정에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는 수많은 공범자들이 역할이 컸다. 이제 우리 언론 스스로 그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 노력은 결국 국민으로부터 국민의 알 권리라는 신성한 권리를 실현할 위탁자로서 언론인의 위상을 회복하는 노력이 될 것이다. 우리 언론인들의 그와 같은 노력이 진심으로 성공하길 바란다. 그래서 그 옛날 커피하우스에서 사상의 자유로운 대화로 공론의 장을 만들었던 시민의 힘을 보여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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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파업중인 공영방송 MBC

(사진 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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