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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홍콩에서 다시 만난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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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609회 작성일 18-02-18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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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서 살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은 아마도 넒은 시야와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울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내가 살아왔던 익숙한 사회와는 다른 인종, 다른 언어, 다른 관습 속에 살면서 자연스레 나와 다름을 받아들이게 되는 것, 사고와 가치관의 폭을 넓은 세계로 확장하는 것, 이것은 단순히 외국어를 습득하는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물론 외국에 살면서 현지 언어를 배우는 것은 특히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중요한 목적이고, 또한 현지 언어를 배움으로써 그 사회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 외국어 습득 역시 중요한 목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 외국에서 살면서 그 나라의 국민들과 문화, 생활관습과 역사를 몸소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은 시간이 지날수록 두고두고 어린 자녀들에게 큰 자산이 된다. 더욱이 영국이나 미국 등의 대도시에는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고 있으니 자녀들이 세계시민으로서 자라나는 데 있어 외국()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없애는 정말로 좋은 기회이다.

외국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소득

필자 역시 영국에서 네아이를 키우며 2년간 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영국에서 세컨더리 스쿨을 다녔던 큰아들과 딸, 프라이머리를 다녔던 셋째, 너서리를 다녔던 막내를 생각해 보면, 7~8세를 보낸 셋째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영어 학습에 큰 성과를 얻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필자의 아이들 모두 해외 생활에 대한,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나 두려움을 갖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언제가 이 아이들이 커서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때, 우리 세대가 느꼈던 다른 문화와 언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열등감은 없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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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지난 1997년 7월 1일에 있었던 영국과 중국간 홍콩 반환식 장면

얼마 전 방학을 맞은 아이들과 홍콩을 여행하고 돌아왔다. 다 아는 바와 같이 홍콩은 19세기 중반 영국과 중국간의 아편전쟁 이후 맺은 난징조약에 의해 150년간 영국의 통치를 받다가 지난 1997년 중국에 반환된 곳이다. 중국 땅이지만 오랜 기간 영국에 의한 통치로 인해 영국의 사회 시스템과 생활 방식이 곳곳에 남아있는 곳이다. 홍콩의 중국 반환을 앞두고 암울했던 홍콩 시민들의 삶을 담은 중경산림등 왕가위 감독의 영화에 열광했던 필자의 20대를 생각해 보면, 당시의 상황이 다시 어땠을까 궁금해진다.

영국 옷을 걸친 동양인, 홍콩

오랜만에 방문한 홍콩의 모습은 생각보다 많이 안정되었다는 느낌이다. 오랜만에 현지에서 만난 몇몇 지인의 생활에서도 예전(2000년대 전후 홍콩 반환시기)에 비하면 홍콩인들의 생활이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만 물밀듯이 몰려들어 오는 중국(대륙인)인들로 인해, 홍콩내 적잖은 갈등(홍콩의 광동인과 중국 본토인)이 있어 다소 꺼리는 분위기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홍콩시민들의 생활을 보장해 주는 자치가 시행되고 있고, 또 중국 본토의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경제적 수준이 홍콩과의 과거 격차가 줄어들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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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캔톤 팝, 성룡과 주윤발, 그리고 왕가위. 홍콩은 우리 세대에겐 참 그리운 곳이다.

영국에서의 추억을 간직한 채 다시 찾은 이번 홍콩 여행은 참 정겨운 느낌이었다. 영국식 옷을 걸친 동양인의 모습이랄까.. 거리의 이층 버스들과 영국에서의 대중 교통카드인 오이스터와 같은 시스템을 차용해 사용하는 옥토퍼스 카드, 영국과 같은 오른쪽 운전석, 간간히 들리는 영국식 악센트, 횡단보도의 호박등, 그리고 영국의 대표 식료품 점이었던 M&S . 많은 부분에서 영국의 정취가 동양의 땅과 동양인의 생활 속에 녹아 있었다. 결코 융화될 수 없을 것 같은 동양과 서양의 절묘한 조화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었다.

뉴몰든의 한인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들

필자가 영국에서 거주한 곳은 영국의 한인 밀집 지역인 뉴몰든이었다. 이곳은 영국인 외에도 유럽연합에서 온 많은 유럽인들, 영국 이민 1세대라 할 수 있는 파키스탄과 인도사람들, 그리고 한국인들이 섞여 살고 있는 곳이다. 한국인만 해도, South Korean, North Korean, Chinese Korean등 다양한 태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산다. 영국인들의 눈에는 다 같은 Korean인 이들 역시 때론 갈등하며, 때론 화합하며 큰 문제없이 잘 어울려 살고 있다. 전세계의 다양한 인종들이 각자의 커뮤니티를 유지하면서, 영국이라는 하나의 공동체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영국생활을 시작하면서 느꼈던 낯섦과 두려움이 줄어들게 된 것은 뉴몰든의 한국 분들과 교류하면서 얻은 편안함 덕분이기도 했지만, 그곳에서 만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들 역시 우리와 별반 다를 것 없는 고민과 생각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구나 하는 자각이 생기면서부터다. 나와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경계심과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나의 마음과 시야가 좀 더 열리게 되었고 또한 그들과 함께 대화하고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되었다. 분명 차이는 있었지만 크게 다를 것 없는 우리의 이웃들이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와보니 때로는 더 이해하기 힘든, 말이 안 통하는 이웃과 동료를 만나기도 한다. 같은 언어를 쓰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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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영국의 한인들이 모여사는 뉴몰든 하이스트리트

서로를 이해하려는 마음만 있다면...

필자가 가족과 함께 영국에서 약 2년간의 시간을 보낸 후 한국으로 돌아온 지 어느새 1년이 지났다. 되돌아 보면, 지난 2년여 영국 생활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아마도 좀 더 넒은 시야와 마인드를 갖게 되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한국에 와서 다시 살면서 한국적 사고방식과 생활방식에 금새 젖어 들고 말았지만 영국에서의 값진 경험은 이곳 한국에서도 적용 가능하리라 믿는다. 여기에서도 수많은 갈등과 차이가 존재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건 언어와 관습의 차이라기 보다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려는 마음의 부족 때문인 것 같다. 나 먼저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살아가기를 다시 한번 다짐해 본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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