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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토론식 교육과 주입식 교육의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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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4,937회 작성일 19-05-22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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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와서 학업을 하는 와중에 가장 난감한 순간 중 하나는, 교수나 다른 동료들이 자꾸 내 생각에 대해 물어본다는 것이다.


‘네 생각은 어때?’ 


한국 수업시간에서는 거의 들을 수가 없는 이 말을, 영국 학교에서는 귀가 닳도록 듣는다. 이러한 입술이 쉽사리 떨어지지 않는 것은 단순히 언어적 장벽 때문만은 아닌 듯 하다.


교수들도 학생들에게 질문을 자주할 뿐만 아니라, 학생들도 교수들의 질문에 손을 치켜들고 서로 대답하려 하기 바쁘다. 남들의 눈치 때문에 질문하기도 어렵고, 혹여 잘못된 대답이나할까 싶어 대답도 제대로 하기 힘든 한국의 교육과정을 마친 나에겐 참으로 낯선 풍경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훌륭한 대답을 하거나 그럴듯한 질문을 쏟아내는 것도 아니다. '저런 수준의 질문이나 답을 하나..' 싶은 질문과 답도 참으로 자신있게 주고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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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에 손을 번쩍드는 헤르미온느는 해리포터에만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 수업시간에서는 일상은 모습들.



한국에서 토론식 수업이 어려운 이유


한국에서 토론식 수업이 어려운 까닭 그렇다면 한국에서는 왜 토론식 수업이 자리잡기 힘든 것일까. 

한국과 영국에서 공부를 해본 필자가 바라본 바, 다음과 같은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먼저, 진리에 대한 철학적 접근방식이 다르다. 한국이 객관적 "진리"가 저 초월적 세계 어느 곳에 온전히 자리잡고 있다고 믿는 사회라면, 이곳 사람들은 진리란 개개인들 사이의 주관 어딘가에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 같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의 교육이 객관적 진리, 즉, 정해진 정답을 알아가는 과정이라면, 영국은 진리가 무엇일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이 바로 교육인 것이다. 한국인들의 심성 속에 자리잡은 이기론의 理의 세계든, 성인군자의 도덕적 이상이든 우리의 마음 속 어딘가에는 진리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존재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이는 영국인들의 세계관과는 다소 다른 것처럼 보인다.


사회의 구조 역시 다르다. 진정한 토론은 평등한 사람들 사이에 가능하다. 그러니 존댓말이 엄격하게 존재하는 한국에서 어찌 스승과 학생이 토론을 할 수 있겠는가? 연장자와 후배 사이가 어떻게 평등할 수 있겠는가? ‘선생님!’과 ‘모모군 혹은 모모양’의 관계가 어떻게 민주적일 수 있겠는가? 이러한 구조 속에서 한국의 교육은 ‘대화’로 이루어지지 않고 언제나 ‘문답’으로 이루어져 왔다. 논어, 맹자에서부터 동호문답 등등 모두가 문답이다. 물론 제자는 묻고 선생은 답을 한다. 스승님이 내놓는 답, 그것이 곧 진리인 것이다! 



토론식 교육과 주입식 교육의 사이에서


토론식 교육과 주입식 교육의 사이에서 서구의 토론식 교육이 우리의 주입식 교육보다 언제나 낫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교육방식이 우리의 사회문화와 잘 맞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흔히들 우리의 교육 방식은 잘못되었고, 서구의 교육이 낫다고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의 교육을 본받아야 된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영국을 비롯한 서구 국가들도 공교육의 붕괴와 낮은 교육의 질 문제로 언제나 고민하고 있다. 또한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는 우리와 같은 도제식 교육 방식을 고수하는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게임, 만화, 제품을 만들어내는 일본인들을 보고도, 주입식 교육이 창의성을 말살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창의력 역시 모방에서 비롯되고, 다방면의 지식을 주입하는 것은 결국 모방의 원료이자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영국 많은 학생들이 기초학력 면에서 (한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분명 일정 수준의 이상의 교육과정에 이르면, 정답이 무엇인지 배우는 것보다는 올바른 질문을 이끌어내는 것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 온다. 그리고 토론식 수업은 주입식 수업에 비해 올바른 질문을 이끌어내는데 훨씬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내 생각이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자문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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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물 교실에선 애초에 토론식 수업이 불가능했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 인구의 감소는 교육의 질을 높이는 차원에서는 기회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우리의 교육환경은 지금껏 토론식 수업을 상상하기엔 사치였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초등학교를 시작했던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신도시나 서울의 인구밀집 지역에는 오전-오후반이 존재했었고, 고등학교 시절에는 한 반에 50명씩 수업을 들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무슨 토론이란 말인가! 


교육환경의 변화를 논의를 할 수 있게 된 것, 우리의 교육의 질을 뒤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한국이 이뤄온 성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날로 불안감이 커져가는 미래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교과과정의 변화에 우리는 다양한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토론식 교육은 이러한 차원에서 훌륭한 참고자료가 될 것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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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나서는걸 주저하는 문화도 영향이 있는거 같습니다.
특히 끝나기 몇 분 전에 질문하는 사람은 나머지 모든 사람들의 눈총을 받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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