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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컨테이너 속 베트남인들은 왜 도버해협을 건넜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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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372회 작성일 19-11-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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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초, 한국 언론에도 떠들썩하게 전해졌던 베트남인들의 밀입국소식이 있었다. 39구나 되는 베트남인들의 시신이 영국 서섹스 지역 냉동 컨테이너에서 발견되었던 것이다.

영국사회는 경악과 애도 분위기에 휩싸였다. 동시에 뉴스채널에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도대체 왜 이들은 목숨을 담보로 이 위험한 여정에 나선 것일까?

BBC에 따르면 영국에는 최대 9십만명 가까운 불법 체류자가 있다고 추산되는데, 이 가운데 베트남인들이 밀입국으로 EU에 진입하기 위해 브로커에게 건내는 금액은 1인당 4천만원이며, 밀입국자들이 지불하는 총액은 일년에 4천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런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면서, 더구나 안전도 보장되지 않은 위험한 여정을 나서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영국이었을까?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난민들은 다양한 목적을 이유로 서방세계로 이주한다. 시리아처럼 전쟁과 같은 불행한 사태에 전 국민의 상당수가 나라를 등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하는 땅으로 이주한다. 이는 사실 인류 역사 전체를 통틀어 발생해왔던 일이다. 사람들은 먹고 살기 위해서 농촌에서 도시로, 빈국에서 부국으로 몰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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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들의 행렬. 붉은색 원은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 파란색 원은 이민자들의 규모를 나타낸다. 노란색 선은 이들이 어느 지역에서 어느 곳으로 이동하는지 보여준다. 한국 역시 이민자들이 순유입되는 국가로, 중국과 동남아,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이민자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첫번째 목적지는 EU에 진입하는 것이다. 일단 유럽에 들어오면, 쉥겐을 통해 국경이동이 자유로운 유럽 내 이동은 쉽다. 지금 이 시각에도 이탈리아나 그리스 같이 유럽의 접경을 이루고 있는 국가들은 보트를 타고 밀려들어오는 난민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일단 유럽에 들어온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는 도버해협을 건너 영국으로 향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베트남인 39명 역시 프랑스, 독일, 벨기에에 머물다가 영국으로 밀입국을 시도하는 와중에 참변을 당하였다.

이들이 영국을 택한 까닭은 여러 가지겠지만 본질적으로 영국에 더 많은 경제적 기회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급여 수준도 상대적으로 높고, 무엇보다도 현재 영국은 대륙국가들에 비해 실업률이 낮은 편이다. 또한 인종차별도 상대적으로 덜하고, 영어를 사용한다는 점 역시 매력적인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

 

난민 문제와 브렉시트

영국인들이 대책없이 브렉시트를 통과시킨 배경에는, 물밀듯이 밀려드는 외국인들과 난민들에 대한 불안감 (혹은 거부감) 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영국 뿐만 아니라 서유럽이나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외국인들의 진입에 대한 거부감과 이로 인한 민족주의의 발흥이 목격되고 있다.

어쩌면 세계가 지구촌으로 묶여간다는 기존의 통념은 한동안 도전받을지도 모른다. 한국 역시 중국동포들이나 동남아-중동 등지에서 밀려드는 외국인들에 대한 사회문제, 혹은 차별문제 등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이웃 일본은 선진국들 가운데 국경을 가장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한편 자신들의 가치를 지켜가고 있는 나라이며, 싱가폴은 열린 다민족 국가로 고도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나라다. 한국은 어떤 길을 가야할까? 영국이나 유럽의 문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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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자들에 대한 외국인 혐오가 브렉시트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베트남인들의 비극은 우리의 일이기도 하다

밀입국하여 영국에서 일하고 있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영국인 기자가 물었다. ‘생명의 위협을 감수하면서까지 영국에 입국할 가치가 있는가?’

취재에 응한 베트남 불법 노동자 대부분은그렇다고 대답했다. 4천만원 이상을 내고 목숨을 걸 가치가 있단다. 브로커 입장에서는 39명을 냉동 컨테이너로 운송해 주면 한번에 6억원을 버는 셈이다. 수요가 있고 공급이 있으니 큰 위험에도 불구하고 불법이민자들의 행렬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밀입국은 과연 남의 일인가? 한국은 해외동포가 800만에 이른다고 하는데, 최근이야 유학이나 해외근무 등을 통해 해외로 나아가지만 대다수는 경제적 이유를 위해 외국으로 떠난 사람들이었다. 러시아나 중국, 만주나 일본으로 떠난 수많은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해 나라를 떠났으며, 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만도 경제적 기회를 찾아 일본으로 밀입국한 한국인이 15000명에 이른다고 한다. 심지어 1990년대 까지만 하더라도 밀입국이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한국인이 미국 여행에 비자 면제가 허용된 것은 겨우 10년 전인 2008년이었으며, 아직까지도 미국 내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는 한국인은 25만명에 이른다고 추산된다. 정말이지 엄청난 숫자다.

 

전쟁의 참화와 사회주의의 부작용에서 이제 막 고도성장을 구가하기 시작한 베트남이지만 아직까지도 동남아에서 조차 소득이 낮은 편에 속한다.

하노이와 호치민에는 고층빌딩이 솟고 삼성, LG 등 많은 대기업들이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일자리는 부족하고 저임금 노동력은 과잉인 상태다. 이러한 가운데 베트남인들은 더 나은 경제적 기회를 위해 목숨을 걸고 도버해협을 건너고 일부는 한국으로 향하기도 할 것이다.

1990년대 까지도 한국인들 역시 그렇게 불법 브로커를 끼고 미국으로 향했다. 그들은 미국에서 세탁소를 하고 청소잡부를 하면서 미국사회에 기여했고, 한편으로는 한국에도 기여했다. 많은 사람들이 경제를 전쟁에 비유하지만, 실제로 경제는 모두가 승리하는 Win-Win 게임인 경우가 많다.

국경을 닫고 단일민족 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옳은 일일까, 혹은 열린 국경을 통해 수많은 외국인들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옳은 길일까. 베트남인들의 비극은, 베트남의 일이자 영국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 문제이기도 하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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