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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코로나 바이러스와 낙천적인 영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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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5,748회 작성일 20-03-0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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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를 휩쓴 바이러스가 영국에도 상륙하고 있다영국의 경우 지난 달 중순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어제 (3 4) 30여명이 무더기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어느 덧 확진자가 100명에 근접하고 있다보름 사이 가파른 속도로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유럽에서 동양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줄을 잇는다는 우울한 소식이 간간히 미디어를 타고 있지만현지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뉴스만큼 나쁘지는 않다.보리스 존슨 총리는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현재 영국정부는 어떤 나라도 입국 금지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일부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 한해 14일간의 자가 격리가 영국 정부의 현재 방침임을 밝혔다. 존슨 총리의 기자회견 뿐만 아니라 후술할 여론조사를 통해서도 바이러스를 대하는 영국정부 및 영국인들의 낙천성을 살펴볼 수 있다.

인간은 불확실성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게 마련이고, 때로는 불확실성이 아니라 공포가 오히려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볼 때, 영국인들의 낙천성은 신형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데에는 긍정적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바이러스 정도는 두렵지 않다

 

영국인들은 때론 한심하다고 여겨질 만큼 낙천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러한 낙천적 성향이 바이러스를 대하는 태도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같다. 세계 여론조사 기관인 YouGov가 주요국 국민 2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바이러스에 두려움을 표하는 영국인들의 비율은 주요국가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니, 가장 낮은 수준을 넘어 거의 두렵지 않다거나 전혀 두렵지 않다고 대답한 사람이 전체 응답자의 70%에 육박한다. 솔직히 영국의 행정능력이나 방역시스템에 별다른 신뢰가 가지 않는 입장에서 이러한 낙관이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만서도, 한편으로 진격의 바이러스 앞에서 이토록 초연한 태도를 보이는 영국인들의 모습이야 말로 불확실성을 극복해 낼 영국사회의 저력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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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인들 가운데 코로나 바이러스를 두렵다고 응답한 비율은 24%에 불과하여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바람도, 조류도 우리와 항상 함께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위험하고

어두운 바다의 항로 또한 항상 맑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닻을 올렸으며 수평선은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미국의 전 대통령이었던 케네디는 구 소련과의 핵전쟁으로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비관주의가 만연해가던 냉전의 절정에서 위와 같은 연설을 했다. 많은 영화나 문학작품에서 미국인들은 철딱서니 없어 보일 정도로 낙천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국에서 살며 느끼는 것은 이는 비단 미국인에게만 국한되는 성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영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보기에는 불확실한 상황에 거침없이 도전하거나 무모해 보일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경우가 많다.


작게는 수업시간에 어처구니 없는 주장을 자신감 있게 피력하기도 하고, 때로는 무모해 보이는 축구 베팅에도 큰 돈을 건다. 영국에서 도박산업이 크게 발달한 것에는 이러한 이유가 숨어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수많은 영국인들이 거친 대서양을 너머 세상 곳곳으로 항해를 떠났던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사실상 거의 목숨을 건 여정을 떠나면서 황금의 엘도라도를 상상했을 수많은 돈키호테들이 이후 대영제국 건설이라는 영광의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다른이들이 거친 파도와 암흑의 대양 앞에서 두려움을 느낄 때, 수평선 너머의 희망을 먼저 발견한 영국인들이야 말로 이후 역사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낙관주의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해야 하는 분기점에서 미래를 향해 발을 뻗게 만드는 원동력으로 작용해 왔다. 한국과 비교해 형편없는 영국의 행정시스템을 가지고도 영국인들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서 그들만의 방식으로 의연히 대처해 나아갈 것이다.

나아가 스코틀랜드 독립운동이나 브렉시트 같은 높은 파고에도, 낙천적 영국인들이 만들어갈 미래가 낙관적으로 보이는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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