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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영국인의 복합문화생활공간 – 펍(P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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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5,319회 작성일 20-08-14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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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덮친 자가격리기간 중의 영국 생활은 무료하기 그지없다.
거의 모든 음식점도 상점도 모두 문을 닫은 상태였고 거리는 적막만이 흘렀다. 

물론 코로나 이전에도 영국은 유학생활의 적적함을 달래기에 좋은 나라는 아니었다. 웬만한 상점은 저녁 6시에서 8시사이에 문을 닫아서 한국과 같이 휘황찬란한 밤거리는 기대하기 힘들고, 노래방도 PC방도 찾기 어려운 곳이다. 주말에 문을 여는 클럽에 늘어선 긴 줄 정도가 이 나라 청춘들도 열정을 해소할 탈출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곤 한다.

이처럼 무료한 영국에 딱 하나의 예외적 공간이 있으니 바로 펍이다. 런던을 제외하고 평일 오후 10시 이후에 불이 켜진 상점들을 찾는다면, 십중팔구는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편의점이거나 아니면 바로 펍일 것이다.

 

=(Bar)?

 

필자는 영국에서 생활하기 전 까지만 하더라도 펍이란 단지 영국식으로 바(Bar)를 일컫는 말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다소 클래식한 인테리어에 맥주를 마시는 곳’, ‘바텐더나 마스터가 서서 주문을 받고 손님들은 자연스레 담소를 나누며 별다른 안주도 없이 술이나 한잔하는 공간’, ‘축구광들의 모임장소정도가 영화나 미디어 등을 통해 접한 펍의 인상이었다. 그러나 영국 생활의 와중에 깨달은 사실은 이러한 이미지가 펍의 절반만 설명해 준다는 것이다. 영국인들의 일상에서 펍은 훨씬 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The Prospect of Whitby, London
▲올해로 세워진 지 500년이 된 런던의 펍
우리로 치자면 조선시대 주막 문화가 아직까지도 현대 한국인들의 일상 속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복합문화생활공간, 다기능 공간으로서의 펍

 

먼저 가장 일반적인 이미지처럼 펍은 술집이다. 그런데 많은 영국인들은 맥주를 물처럼 즐겨 마시고, 점심, 저녁을 가리지 않고 안주도 없이 한잔 맥주를 즐기기에 한국의 술집보다는 훨씬 더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또한 펍은 음식점이기도 하다. 몇몇 영국인들에게 영국의 대표음식을 물어보면 놀랍게도 펍 푸드(Pub Food)’를 추천해준다. 펍 푸드란게 특별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햄버거나 피자, 피시앤칩스, 스테이크나 커리 등을 일컫는 것인데 펍푸드가 영국의 대표 요리라니! 한국으로 치면 외국인에게 한국 대표음식으로 “‘김밥천국메뉴들은 어때?”라고 하는 셈 아닌가. 하지만 3년 간의 영국 생활 끝에 관찰한 바, 영국인들이 펍 푸드를 얼마나 자주 즐기고 사랑하는지 알기에 펍의 음식들이야 말로 영국의 대표음식이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펍은 스포츠, 문화, 예술을 즐기는 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많은 펍에서는 주말마다 축구나 럭비 등 스포츠 중계를 하며 이러한 날에는 수많은 스포츠팬들이 펍을 찾는다. 그런데 펍의 활용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거의 모든 펍은 요일 별로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예를 들어 월요일에는 퀴즈대회를 연다 거나, 화요일에는 재즈파티를 열고, 수요일은 보드게임 카페가 되었다가, 목요일에는 게임기와 스크린을 설치한 게임방으로 변신하거나 하는 식이다. 다트나 당구대, 테이블 축구가 항시 구비되어 있는 펍들이 존재한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상황이 이렇기에 펍이 어떠한 곳인지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란 매우 어렵다. 영국에서 펍은 분명 단순한 술집을 너머 음식점이기도 하고 때로는 게임방, 사교장, 심지어 클럽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다채로운 일상이 녹아있는 펍은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개성을 유지하며 영국인들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고, 가게마다 조금씩 다른 특색을 지닌 맥주와 음식을 제공하며 손님들을 끌어들인다. 필자가 사는 브리스톨만 하더라도 600개가 넘는 펍이 있고 이들 펍을 도는 관광상품이 존재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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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노선도 형식으로 꾸며진 브리스톨의 펍 지도
(사진출처: https://pubstops.co.uk/index.php?route=product/product&product_id=213)

 

 

코로나19로 새삼 확인한 영국인들의 펍 사랑

 

이렇게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펍이, 그것도 저녁의 삶을 책임지는 거의 유일한 공간인 펍이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3개월이나 문을 닫았으니 영국인들이 느꼈을 좌절감은 어떠했을 지 짐작이 되는가? 지난달 초 보리스 존슨 총리가 펍을 비롯한 몇몇 상점들의 재개장을 허용한 날, 영국은 말 그대로 전국이 파티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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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74. 재개장이 이루어진 펍으로 인해 영국 전역의 길거리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진출처: CBS News 캡쳐, https://www.youtube.com/watch?v=WINlKA8gwoE)


봉쇄조치의 완화로 인해 코로나 확진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영국에서, 최근 다시 문을 닫는 펍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한국 많은 분들은 도대체가 이토록 안일한 영국인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겠지만, 필자는 한편으로 영국인들의 심정에 이해가 된다. 혹자의 말대로 지루한 천국(Boring Heaven)”인 영국에서 펍이야 말로 무료함을 달래 줄 유일한 성전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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