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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노먼 할아버지의 90세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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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699회 작성일 21-02-18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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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학 전공자로 잘 알려진 미국 브리검 영 대학교의 마크 피더슨 교수는 1960년대 한국을 처음 방문한 뒤 한국인들의 친절함에 반해 한국학 공부를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도 처음 동료들과 한국을 방문했을 때에는 한국인들이 다소 ‘(그의 표현에 따르면) 냉정하다고 느꼈다고. 하지만 한국어를 배우고,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 한국사회의 일원이 되어감에 따라 한국인들의 따뜻함과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들 사이의 끈끈한 정

한국인들은 내집단(內集團: in-group)에 대해 확실히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낯선이들에게는 말걸기 어색해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지만, 한번 속마음을 터놓고 이해하게 되면 동료도 이웃도 모두 가족이 된다. 한국인들의 이러한 '우리들 사이의 동료의식'을 분석하는데 있어서는 우리성(우리性; we-ness)이라는 학술용어까지 존재할 정도다.

 

한 유명 일본인 블로거가 한국 지하철에서 인상깊었던 일에 대한 술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한국적 인간관계의 특성-정과 가족주의-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에피소드는 구체적으로 다음과 같다

그 유명 블로거인 일본인 여성은 어느 날 사람들로 붐비는 서울 지하철에 탑승하였는데, 무엇이 불편했던 것인지 앞좌석에 앉아있던 엄마 품속의 어린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 블로거에 따르면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경우,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것을 염려한 아이 엄마가 다음 역에서 내려 아이 울음이 그친 다음에야 다시 지하철에 탔을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한국 지하철에서 그녀가 목격한 풍경은 이와는 달랐다. 주변에 앉아있던 할머니와 아저씨가 마치 자신의 아이라도 되는 양, 울음을 터뜨린 아이를 보며 우쭈쭈-‘하거나 재밌는 표정을 지으며 달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혹자는 일본인들의 개인주의와 메이와쿠(민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미덕이라고 말하지만, 그 순간 그 일본인 블로거는 일본과는 다른 한국 지하철의 풍경에서 모두가 가족과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고 한다.

 

우리 밖 사람들에게 까지 인사를 건내는 데에 인색하지 않은 영국인들

이러한 에피소드들을 꺼내놓는 까닭은, 오늘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서 발견한 한통의 편지 때문이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는 분리수거를 담당하는 할아버지가 계신다. 인상이 좋고 나이가 지긋한 인자하신 노인 분인데, 마주칠 때마다 항상 친절하게 먼저 인사를 건내주신다. 그리고 아파트 현관에 놓여있던 이 편지에는 우리 아파트의 분리수거를 담당해주시는 노먼씨께서 이번달에 90번째 생일을 맞이하셨습니다. 모두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세요!’라고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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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아파트 현관에 놓여있던 편지.
분리수거를 해주시는 할아버지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시다!

혹자는 영국인들이 다소 내성적(reserved)이라고 하지만, 낯선이들에게 스스럼없이 인사를 건내고 농담을 걸어오는 영국인들의 모습에서는 내성적인 면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노동과 수고에 감사의 인사를 건내는 것에 영국인들은 인색하지 않다. 영국에서 감사의 마음을 주고 받는 것 만큼은 계급도, 인종도, 나이도 별로 중요치 않다.
영국에서 살다보면 별 것도 아닌 일에 인사하고 감사하며 농담을 주고받게 되고, 이러한 대화 속에서 따뜻함과 진심을 느끼게 된다.

 

한국인들은 모두가 가족과도 같아서인지, 감사의 인사말을 전하는 것에는 오히려 인색한 것 같다. 너무 가까운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되려 쑥스럽고, 낯간지러운 일이니까. 하지만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고 할지라도 말로서 전해지지 않으면 때론 본심을 느끼기 어렵다. 어쩌면 마크 피터슨 교수가 한국문화에 녹아들기 전까지는 한국인들을 냉정하다고 평가했던 것은 이러한 측면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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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를 전할때까지 남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다! (사진출처: 페이스북)


다른 이들에게 진심을 전하고 친교를 나누는 데에는 많은 말이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다만 감사의 말 한마디가 필요할 뿐이라는 점을 영국인들로부터 배운다.

노먼 할아버지의 90세 생일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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