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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코로나를 뚫고 영국에 상륙한 친구가 느낀 영국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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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4,716회 작성일 21-03-18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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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흉한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뉴욕에서는 80대 한인 할머니가 낯선 행인에게 묻지마 폭행을 당했고, 아틀란타에서는 중국인 추방을 주장하는 청년에 의해 4명의 교포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영국 사우스햄튼에서도 이달 초 한 중국인 교수가 백인 남성 4명으로부터 고국으로 돌아가라는 외침과 함께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혐오와 분노로 온 세상이 점철되어 가는 것 같다.

영국에 발을 붙이고 살아가는 유학생들이나 교포들은 보다 현실적인 문제들에 봉착해 있다. 영국 출현한 변이바이러스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면서 코로나를 피해 한국으로 잠시 피신했던 유학생들은 도대체 언제 영국으로 돌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다. 작년 한국의 해외 여객 수요는 85% 가량 감소했다고 한다.

백신접종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매일 수천명씩 발생하는 확진자와 동양인에 대한 혐오뉴스를 보고 있노라면 코로나 이전으로의 회복이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해외로, 또 영국으로 와야만 하는 이들이 있다. 오늘은 이런 분들을 위해 2주전 영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막 끝낸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또 그 친구가 느낀 영국의 분위기도 전해보려 한다. 혹 어쩔 수 없는 영국행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에게 좋은 정보 제공이 되었으면 싶다

친구는 1년간 영국집을 비워두고 한국에 머물면서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 확산세가 한 풀 꺾이기 만을 기다렸지만, 계속해서 미뤄지는 학업계획과 비워 둔 집을 방치할 수 없어 영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오가는 사람이 없으니 정확한 정보도 찾을 길이 없었다. 뉴스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라곤 긍정적인 것은 하나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분명 영국행은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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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인천공항 출국장. 필자의 동료는인천에서 히드로까지 어느 곳도 붐비지 않아
항공편을 이용하는 동안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텅 빈 비행기, 한산한 공항

먼저 영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PCR 검사 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비행기 탑승 72시간 이내에 발급된 영문 증명서만이 유효하다. 영문증명서는 보건소에서 발급이 불가능하고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비용은 10만원 전후.

친구는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은 이후 10시간에 가까운 비행을 거쳐 히드로 공항에 상륙, 다시 서남부의 브리스톨로 오기까지 꼬박 18시간이 걸렸다. 흉흉한 소식에 바싹 긴장하고 마스크를 단단히 썼던 친구는 그러나, 영국으로의 여정이 생각보다 위험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했다. 인천공항에서부터 히드로행 비행기, 그리고 영국의 공항과 대중교통 어디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기 어려웠다는 것. 심지어 비행기는 좌석이 너무 많이 비어 있어서 승무원이 더 많다고 느껴질 정도였고, 패딩턴으로 향하는 공항철도 및 브리스톨행 기차도 역시 대부분의 좌석이 텅텅 비어있었다고 한다. 악명 높은 히드로 공항의 입국장도 평소보다 사람이 적었고, 한국인이 이용하는 자동입국심사대는 여전히 운영하고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을 마주칠 일 없이 공항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고.

다만 당황스러웠던 것은 영국 전역의 시외버스 (National Express)가 운행을 중단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기차를 이용해야 했다는 것. (내셔널 익스프레스는 29일부터 운행 재개에 들어간다. 하지만 계획이 계속해서 변경되기 때문에 미리 스케쥴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필수).

 

뉴스 너머로 느끼는 영국의 일상

10일간의 자가격리를 마친 친구가 느낀 영국의 일상은 뉴스에서 보던 것보다는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화창해지는 날씨 속에서 사람들은 평소처럼 식료품을 사고, 자전거를 타고, 공원 산책을 즐긴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도 별로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길거리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불안감을 표했다.

실제로 최근 영국은 빠르게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달 8일부터는 학교가 문을열어 학생들의 등교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다음달 12일이면 봉쇄령도 일부 해제되어 미용실이나 일부 음식점들도 운영에 들어간다. 동양인들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실제로 경험하기 것은 쉽지 않다. 테이크 아웃 커피집이나 상점에서도 이전처럼 친절하게 인사를 건내준다.

물론 처음부터 이러한 분위기였던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판데믹이 처음 확산되면서 봉쇄령이 처음 실시되던 작년 초여름만 하더라도 사람들은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바이러스 앞에서 불안감을 표시했고, 길거리는 마치 크리스마스 연휴처럼 한산했다. 하루 한차례의 가벼운 운동 말고는 야외활동을 엄금했던 조치로 인해 실제로 경찰들이 거리에서 단속을 실시하기도 했다. 동양인에 대한 혐오 분위기도 실제로 널리 퍼져서, 상점에서 물건을 고를 때 경계하던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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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뉴욕에서 동양인 혐오로 인한 폭행을 당한 한인 할머니


불안감과 공포심을 약자에 대한 혐오로 해소해서야

 

뉴스의 우울한 소식보다는 괜찮은, 빠르게 회복 되어가는 영국의 일상이지만, 동양인에게 향한 잠재적 혐오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타지에서 살아가는 유학생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

비단 코로나19 뿐이 아니라, 어느 시절-어느 사회이건 사회적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약자에게 그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이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경제적 충격을 받은 독일에서 유대인이 그 대상이었고, 관동대지진으로 절망에 빠진 도쿄의 시민들에게 조선인들은 손쉬운 제물이었다. 한국사회는 다른가. 각박한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러 불만들을 조선족, 중국인, 외국인 노동자, 사회적 소수자들에 대한 낙인찍기로 해소하고 있지는 않을까.

 

작년 여름 봉쇄령이 잠시 해소되었을 때, 친구들과 영국 서남부의 클락스 빌리지 아웃렛을 방문한 적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동양인 혐오가 만연하다는 소식이 들려오던 무렵이었음에도 몇몇 가게에서는 물건을 고르던 우리 일행을 보며 중국인 관광객들이 돌아왔다고 반가워했다. 중국인으로 오해 받으면 또 어떤가. 혐오가 만연한 시절에 누군가 나를 보고 반가워한다면 그보다 고마운 일이 또 어디에 있겠느냔 말이다.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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