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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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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1건 조회 85회 작성일 26-03-06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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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박집 아주머니 나이가 30대 후반아저씨가 40대 중반으로 보였다동생 부부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같았다언니와 다르게 동생 부부는 입국할 때 어학원 학생 비자로 입국했다내가 그 집에 갔을 때 학생 비자가 끝나가고 있었기 때문에 비자 연장을 위해 학교 재등록이 필요했다문제는 돈이 없었다언니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했지만 빌려주지 않았다.

 

사실 돈 없어도 스쿨레터는 받을 수 있는데영어 공부도 안 할 거면서 왜 굳이 학교 등록을 하려는지 모르겠다언니 부부는 관광비자로 들어와 일하고 있었는데자신들은 비자 연장한다고 돈 빌려달라는 말이 나오나아주머니께 들었는데제부라는 놈은 1년 동안 어학원 다니면서 영어 한마디도 못 하고알바도 안 하고 있었다곧 애 아빠가 될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어서 아주머니가 싫어하셨다아주머니가 내어준 방 한 칸도 사실 돈이다공짜로 먹여주고 재워줬으면 언니로서 할 만큼 한 거다.

 

아주머니 부부는 입국한 지 1년이 넘어 불법체류자였다불체자여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계셨다민박집이다 보니 손님을 받기 위해 한 사람은 항상 집에 있어야 했다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오전 오후 번갈아 가며 일하고 계셨는데아저씨가 먼저 아침 일찍 일하러 나가셨다한인 물류회사에서 지게차를 운전한다고 하셨는데점심때 돌아오셨다아저씨가 돌아오시면 아주머니가 식당에 알바 하러 나가셨다그렇게 민박집을 운영하면서 투잡 뛰고 계셨다.

 

그날이 아마 수요일이었을 것이다오전에 내가 집에 있었다통역 알바도 끝나고집도 구했겠다할 일이 없었다침대에 기대 노트북으로 런던 근교에 있는 비행 클럽을 찾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목조 계단을 삐걱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수상쩍은 게 최대한 소리 안 나게 하려고 살며시 밟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오전에 투숙객들 모두 떠나고아주머니는 여동생과 장 보러 마트에 갔다제부라는 놈은 학교 가고 없을 시간이지만내 느낌에는 그 제부라는 놈이 집에 있었다.

 

진짜 도둑이라면돈 되는 가전제품이 1층에 다 있는데 그것부터 털어야 하는 것이 맞다. 1층 주방 옆에 여동생 부부의 방도 있었는데진짜 도둑이라면 거기부터 터는 것이 순서 아닌가목조 건물이라 계단 밟는 소리방문 여닫는 소리까지 다 들린다. 1.5층에 있는 게스트룸을 안 열어보고 곧장 2층으로 올라왔다면 2층 방에 목적이 있어서다. 2층에는 내 방과 아주머니 부부의 방두 개뿐이었다내 방문에 귀를 갖다 대는 듯 ~하는 소리가 들렸다그 방에 내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그 집에 사는 사람뿐이다.

 

방이 좁아 일어나기 귀찮았다베개를 집어 문에 던졌다꺼지라는 뜻이다한동안 정적이 흘렀다사람 있다는 것을 알려줄 요량으로 노트북에 셀린 디옹 시디를 넣고 틀었다틀지 말걸그냥 일어설 걸 나중에 후회했다결과적으로 내가 튼 음악 소리가 범행 소리를 감춰주었다아니 내 귀를 스스로 막은 꼴이었다음악 소리 때문에 밖의 소리가 안 들렸다.

 

한 30분쯤 흐른 뒤에 계단을 쿵쿵거리며 뛰어 올라오는 울림이 느껴졌다음악을 껐다아주머니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나중에 아주머니가 말씀해 주셨는데아침에 학교 간다고 나갔던 제부가 아직 돌아올 시간도 아닌데 집에 있는 것을 보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단다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이어 내 방문을 두드리셨다일어나기 귀찮아 네 라고 대답하니 잠깐만 나와달라고 하셨다한숨을 쉬며 억지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학생혹시 방에 계속 있었어?”

.”

집에 학생 말고 누구 없었어?”

아주머니 제부가 집에 있을걸요아까 고양이 걸음으로 올라오던데요?”

직접 봤어?”

아뇨제 방문에 귀를 갖다 대던데요이방에 사람 있다는 거 아는 사람은 여기 가족뿐인데아저씨 일 나가시고아주머니는 여동생분하고 마트 가시고그 제부라는 사람뿐이잖아요?”

학생미안한데 경찰 좀 불러줘돈이 없어졌어...”

 

경찰을 부르고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내려와 보니 여동생과 제부라는 놈이 같이 앉아 있었다내가 그놈을 쳐다보니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그 부부를 보면서 머릿속으로 사건을 재구성해봤다아저씨는 과묵한 분이셔서 집에서 말을 거의 안 하시는 분이다아주머니는 입이 좀 가벼운 편이셨다조잘조잘 말이 많아서 나도 피했다돈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말하고 다닐 사람은 아주머니뿐이었다아무리 말이 많아도 제부한테 말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여동생한테 말했을 것이다여동생이 주범일 확률 20000%.

 

만삭의 몸으로 언니한테 마트 가자고 할 때 계획은 시작됐다대형 마트는 뉴몰든 하이스트리트에 있었는데 집에서 멀었다투숙객들 모두 나갔는데내가 나가지 않은 것이 변수였을 것이다불행하게도 내가 음악을 트는 바람에 순조롭게 범행이 성공했다지능 부족으로 완전 범죄에는 실패했지만...

 

곧 있어 아저씨도 오셨고바로 뒤에 경찰도 왔다이 집 구성원은 다 모였다여경과 남경 두 명이 왔다사건 경위를 설명해야 하는데그 여동생이 먼저 나섰다이 집에 나 혼자 있었는데 돈이 없어졌다는 소릴 되지도 않는 영어로 지껄였다민박집에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 영어 못하니까 내가 영어 못할 줄 알았나 보다.

 

경찰이 그 여자가 하는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자신을 도둑으로 몰아가려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나나도 기분 더러웠다그 여자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IELTS 9.0의 원어민급 영어를 들려줬다경찰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집안을 살펴보며 말했다.

 

외부에서 침입한 흔적이 없고주방과 거실에 값나가는 가전제품이 많은데도 건드리지 않고 똑바로 2층 방으로 들어가 그 돈만 가지고 나왔다면그 돈이 그곳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의 소행이다가족들 간의 문제는 가족들끼리 해결하고꼭 법으로 처벌하고 싶다면 뉴몰든 경찰서로 와서 고소장 작성해라.”

 

경찰이 돌아가고 내가 아주머니께 물었다. “거기에 돈이 있다는 거 누구에게 말씀하셨어요?” 그러면서 그 여동생을 쳐다봤다사색이 된 그 얼굴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그것도 인간말종이다자기 언니가 영어도 못 하고불체자라 신고 못 할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아주머니가 자기 일 나가야 하는데 늦었다고 차 좀 태워주면 안 되겠냐 물으셨다나도 비행 클럽 가입하러 나갈 참이어서 태워드렸다차에 타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울음을 터뜨리셨다얼마나 서럽게 우시는지 그 감정이 전해져서나까지 눈물 날뻔했다씁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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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영국보틀님의 댓글

no_profile 영국보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58.♡.34.12) 작성일

정말 힘든 사람 등쳐먹고 고혈을 빠는 얼빠진 놈들이 많았군요

어찌 가장으로 자기인생을 잘 살아갈 생각을 하지 않고 은인의 돈에 쉽게 손댈생각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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