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일기(31) > 영국일기

본문 바로가기

 <  영국이야기  <  영국일기

옛날 일기(31)

페이지 정보

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62회 작성일 26-04-15 20:05

본문

스트레스 날려버릴 땐 록만큼 좋은 장르가 없다시내에서는 소음 때문에 안된다는데어디서 불러야 할지 고민했다늦은 밤 공원에는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일렉기타와 스피커를 챙겨 리젠트 파크로 향했다밤 10시 반쯤 됐을까게이트는 열려있는데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가로등도 없었다드문드문 있기는 했는데거의 없다시피 했다지금은 가로등이 좀 생긴 것 같은데옛날에는 정말 암흑세계였다밤에 공원 가지 말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어둠 속을 혼자 걸으니 조금 떨렸다포터블 스피커의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들렸다.

 

2751c42f912c7fd2603205435da95062_1776250021_2941.jpg
<지금은 가로등이 많이 생겼지만, 옛날에는 거의 없었다.>


매일 아침 달리는 코스여서 길을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어둠 속에서는 방향 감각 유지하는 것도 어려웠다그냥 돌아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저 멀리 가로등 하나가 보였다불빛 하나만 바라보고 걸었다가로등 아래 도착해보니 공원 안이너서클(inner circle)이었다그곳에는 가로등이 좀 있었다이너서클을 따라 걷다가 조경용 조명이 있는 곳을 발견했다일본식 정원이(The Japanese Garden Island) 보이는 곳인데수풀이 우거진 곳이라 귀신 나올 것만 같았다더 돌아다녀봤자 자리 잡기 힘들 것 같아 그냥 그곳에서 멈췄다.

 

스피커 볼륨을 올렸다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데시벨이 무슨 상관인가어떤 곡으로 시작할까잠깐 고민했다이스트본 밴드에 있을 때리더였던 제이크가 발라드를 헤비메탈이나 록 버전으로 편곡하는 모습을 자주 봤는데재밌어 보여서 나도 따라 했다내가 좋아하는 해철 형님의 명곡 그대에게를 헤비메탈로 만들었다.

 

2751c42f912c7fd2603205435da95062_1776250135_3656.jpg
<누군가가 AI를 사용해 헤비메탈 곡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려놨다. 제법 잘 만들었다.> 


그대에게, Lonely Night, Livin’ On A Prayer, You Give Love A Bad Name, It’s My Life까지 쉬지 않고 연달아 불렀더니 지쳤다한 곡만 더 부르고 집에 갈 생각으로 I Don’t Want To Miss A Thing을 목청 터지게 불렀다속이 다 시원했다역시 스트레스 풀 때는 록이 최고인 것 같다포만감 섞인 한숨을 내쉬는데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깜짝 놀라 고개를 돌려보니 경찰이었다영국 경찰은 왜 자꾸 인적 드문 곳에서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공원은 공공장소라 출입금지 같은 제약은 없을 것 같은데저 양반이 왜 왔는지 의아했다노래하느라 기운이 다 빠져서 조용히 넘어가고 싶었다.

 

“I don’t speak English.”

“Bullshit!!!”

“oops,ㅋㅋㅋ

 

can’t보다 don’t을 더 자주 쓴다영어 못하는 척할 때는 can’t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경찰이 웃으면서 여기서 뭐하냐고 물었다사실대로 말했다시내에서는 소음 신고 때문에 록을 부를 곳이 없어서사람 없는 밤에 여기서 부른다고 했다캠든에 록을 부를 수 있는 곳이 있다면서자길 따라오라며 앞장섰다이너서클에 경찰차가 보였다뒷좌석에 앉았다공원도 순찰 구역이냐고 물어보니밤에 공원은 강력 범죄 다발지역이라 항상 순찰한다고 했다그러면서 나에게도 밤에는 위험하니 공원에 오지 말란다한국보다 치안이 확실히 안 좋은 것 같다.

 

2751c42f912c7fd2603205435da95062_1776250374_9391.jpg
<유학 생활하는 동안 더블린 캐슬에서 공연을 많이 했다.>


공원 1시 방향에 게이트가 있는데그곳으로 나가면 캠든이었다자정이 다 됐는데어딜 가려는지 궁금했다게이트를 나와 200m 정도 갔을까도로변에 차를 세웠다차에서 내려 고개를 들어보니간판에 ‘The Dublin Castle’이라고 쓰여있었다이름이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았는데더블린이라는 지명이 유명해서 그러려니 하고 안으로 들어갔다들어가 보니 그냥 펍이 아니라 클럽이었다공연이 끝났는지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나오고 있었다사람들을 피해 벽으로 붙었다.

 

자연스레 벽으로 눈길이 갔다영국의 록스타 Rolling Stones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레드 제플린핑크 플로이드 등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록밴드의 포스터와 사진이 붙어 있었다캠든 출신 MADNESS, 브릿팝의 황제 오아시스도 보였다그중에 특히 내 눈길을 끄는 공연 포스터가 있었는데록밴드 콜드플레이였다순간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이스트본에서 밴드 친구들과 놀 때친구들이 더블린 캐슬에서 공연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그 친구들이 콜드플레이를 부러워했다.

 

2751c42f912c7fd2603205435da95062_1776250861_7247.jpg
<옛날 이름이 
Barfly Camden이었는데, 더블린 캐슬과 함께 인디 록밴드의 성지로 불렸다.>


더블린 캐슬은 인디 록밴드의 성지였다가난했던 무명 밴드들이 돈을 벌기 위해 공연할 수 있는 클럽이면 어디든 갔는데무명일 때 받아주는 클럽이 거의 없었다그나마 받아주는 작은 클럽에서 푼돈 벌며 시작했는데그곳이 더블린 캐슬이었다라이벌 클럽으로 ‘Barfly Camden(현 The Camden Assembly)’이 있는데, ‘Electric Ballroom’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클럽이었다이 클럽들이 모두 캠든에 있어서어찌 보면 캠든 자체가 인디 밴드의 성지일 수도 있다캠든에서 인기를 얻으면시내 빅 클럽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콜드플레이도 그렇게 성장했다.

 

인디 밴드의 성지에 오다니가슴이 두근거렸다함께 들어온 경찰을 찾았는데클럽 사장과 친한 모양이었다멀찍이 떨어져서 사장에게 날 가리키며 뭔가를 말하고 있었다사장이 나에게 다가와 오디션 보겠느냐고 물었다그 작은 클럽에도 오디션이 있었던 모양이다밴드 친구들이 이스트본에 있는데친구들 데려와서 오디션 봐도 되겠냐고 되물었다사장이 편한 시간에 전화하라고 명함을 주었다기쁘게 명함을 받아들고 나왔다.

 

그 경찰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네며 이름을 물었다잘되면 자길 잊지 말고 찾아달라며 이름을 말해줬는데, Jason Statham이었다. 25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이름이다제이슨과의 인연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사람인연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뜻밖의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또 도움을 받았다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집에 가는 길에 이스트본에 있는 제이크에게 문자를 보냈다전화할까 하다가자정이 넘은 시간이라 문자로 대신했다제이크에게서 바로 전화가 왔다조금 전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니 크게 웃었다야밤에 공원에서 혼자 노래하고 있는 내가 안쓰러웠는지도 모르겠다노래 부르고 싶을 때 언제든 오라는데일단 오디션 스케줄부터 잡았다오디션 일정까지만 내가 나서서 클럽과 대화하고오디션 후에는 제이크에게 맡겼다.

 

2751c42f912c7fd2603205435da95062_1776250494_9857.jpg
<콜드플레이의 학생 때 모습. 저 친구들의 영향으로 대학생 밴드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오디션 결과는 당연히 합격이었다클럽에 소속된 밴드가 4~50개 정도 있었다클럽에서 만든 스케줄에 맞춰 공연하는데일주일에 밴드 10개 팀 정도가 공연했다거의 5주 간격으로 공연 일정이 잡혔다우리의 첫 공연 일정은 11월 첫째 주 금요일 밤이었다다시 밴드 활동을 할 수 있게 되어 기분 좋았다밴드 친구들도 자신들이 원했던 더블린 캐슬에 입성한 것을 기뻐했다우리가 학생 신분인 점을 고려해 주말에만 공연 일정을 잡아줬는데어쩌면 콜드플레이의 영향이었을지도 모르겠다콜드플레이는 UCL 학생들이 만든 록 밴드였다콜드플레이가 대박 난 해는 2000년으로, 1년 정도 지났을 때였다.

 

런던에 와서 새로운 인연이 많이 생겼다학교 신방과에(Media & Communications) 성격 좋은 여동생이 한 명 있었는데누구든 만나면 5분 만에 친구로 만드는 능력자였다나보다 두 살 어린 동생인데성격도 좋은 데다가 웃기기까지 해서 한국인외국인 안 가리고 친구가 많았다.

 

이름 끝 자가 (Yeon)’인데반모음 1개와 모음 2개가 들어가 있었다이런 이름은 외국 친구들이 발음하기 어렵다본인이 발음을 알려 주지 않으면상대방이 절대 읽을 수 없는 이름이다한국인은 로마자 표기법에 익숙해서 한 번에 읽지만외국 친구들에게 읽어 보라고 하면이언이은 이런 식으로 읽는다게다가 가운데 철자도 있으니 풀네임을 부르기는 더욱 어려웠다외국 친구들이 부르기 편하게 호칭을 ‘Yuny’(유니)라고 썼다.

 

유니와 함께 유학 온 친구가 눈에 띄었다한국에서 유치원 다닐 때부터 친구라는데엄청난 미인이었다그 아이 때문에 한동안 심란해서 힘들었다내 유학 생활 최대 위기를 안겨준 아이였다.


추천0 비추천0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Total 2,294건 1 페이지
영국일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추천 날짜
열람중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 2026-04-15
2293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4 1 2026-04-13
2292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00 1 2026-04-12
2291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2026-04-03
2290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29 1 2026-04-02
2289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8 1 2026-03-27
2288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18 1 2026-03-23
2287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5 2 2026-03-18
2286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6 1 2026-03-08
2285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4 2 2026-03-06
2284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8 1 2026-03-06
2283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57 1 2026-03-03
2282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2 1 2026-03-01
2281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8 1 2026-03-01
2280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1 2 2026-02-27
2279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9 2 2026-02-26
2278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1 2 2026-02-25
2277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1 2 2026-02-23
2276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730 2 2026-02-22
2275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54 2 2026-02-05
게시물 검색
내가 쓴 글 보기
영국이야기
공지사항
이런저런이야기
영국일기
영국사진앨범
영사 사진전 수상작
요리/맛집/여행
영사칼럼
영사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