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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수로 서열을 매긴다?… 박물관 경쟁력은 개방과 혁신에서[양정무의 미술과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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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중경삼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2.♡.14.71) 댓글 0건 조회 29회 작성일 25-11-03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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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시대’ 연 국립중앙박물관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꽤 오래전에 박물관이나 문화재 연구자들 사이에서 ‘삼최(三最)증’이라는 증후군이 회자된 적이 있다. 유물이나 유적을 설명할 때 무조건 ‘최대, 최고, 최초’로 포장하는 태도를 비판하기 위한 용어로 기억한다. 그런데 최근 국립중앙박물관 관련 소식을 접하다 보면 삼최증이 ‘사최증’으로 업그레이드돼 세대를 넘어 부활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최대, 최고, 최초에 ‘최다’라는 수식어가 추가됐기 때문이다.》

올해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누적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해 5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올해 용산 개관 20주년을 맞은 국립중앙박물관 연간 누적 관람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약 70% 증가해 500만 명을 돌파했다. 사진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올해 들어 10월 15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이 501만6382명으로, 개관 이후 처음으로 연간 관람객 5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기쁜 소식이지만, 이 수치를 근거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 5대 박물관의 문턱에 와 있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어 난감할 따름이다.

관람객 수 늘리는 게 능사 아냐
 

관람객 수 기준 세계 1위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왕실의 궁전이었다. 사진 출처 루브르박물관
관람객 수 기준 세계 1위인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은 프랑스 왕실의 궁전이었다. 사진 출처 루브르박물관

영국에서 발행하는 미술 월간지 ‘아트 뉴스페이퍼’를 근거로 지난해 관람객 수 기준 세계 박물관 순위가 매겨지고 있다. 1위는 프랑스 루브르박물관(873만 명), 2위는 바티칸박물관(682만 명)이라고 한다. 3위는 영국박물관(647만 2명), 4위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572만 명), 5위는 영국 테이트모던(460만 명) 순으로 소개된다. 현재 기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이미 테이트모던을 제쳤고, 연말까지 관람객 600만 명을 넘긴다면 3위 영국박물관이나 4위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을 능가할 수 있을지 주목하는 기사도 여럿 있다.

여기서 잠시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 우선 이 순위표에는 중국의 박물관이 모두 빠져 있다. 2023년 기준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 수보다 많은 박물관이 중국에는 6곳 있다. 중국국가박물관, 중국과학기술관, 난징박물관 등 세 곳은 당시 이미 연간 관람객이 500만 명을 넘었다. 중국 박물관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관람객이 급증하는 추세라 올해는 500만 명을 초과 달성하는 곳이 더 늘 것으로 예상된다. 사실 관람객 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앞으로 중국의 박물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아트 뉴스페이퍼에서 발표한 순위에 중국의 박물관을 더하면 국립중앙박물관의 글로벌 순위는 10위권 진입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관람객 수는 전 세계 박물관 순위를 매기는 데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관람객 수 기준 세계 1위인 루브르박물관은 흥미롭게도 관람객 수를 제한하는 정책을 쓰고 있다. 사실 루브르의 관람객 수는 점차 줄고 있다. 하루 방문객을 4만5000명까지 허용했던 코로나 이전에는 연간 1000만 명을 넘겼다. 2021년 로랑스 데 카르 현 관장이 부임하면서 일일 관람객 수를 3만 명으로 제한했다.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결과 현재는 연간 관람객 수 900만 명 이하를 유지하고 있다. 루브르의 정책을 보면 자신들의 상황에 적정한 관람객 규모를 먼저 계산하고 그 범위 내에서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즉, 무조건 관람객 숫자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님을 알 수 있다.

유료화 추진에 문턱 높아지나

루브르는 입장료가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2024년 파리 여름올림픽을 앞두고 성인 기준 입장료를 22유로(약 3만6000원)로, 기존 17유로에서 30%나 인상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총 입장료 수입이 1억 유로 가까이 늘었다. 루브르의 2024년 예산은 3억3600만 유로이며, 이 중 정부 지원금은 약 9300만 유로다. 최근 벌어진 도난 사건에서 드러났듯이 건물 개·보수가 시급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프랑스 상황을 고려하면 재원 마련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그간 유지해오던 무료입장 정책을 폐기하고 상설전시 이장료 유료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2027년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앞서 내년 상반기에 온라인 사전예약제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 소식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지금의 용산으로 이전한 지 20주년을 맞은 10월 28일 발표됐다. ‘용산 시대’ 스무 해가 된 만큼 이를 기념하는 대대적인 전시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입장료와 예약제를 도입해 문턱을 높이겠다는 언론 발표만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오픈런’은 이제 낯선 장면이 아니다. 사진 출처 뉴스1
국립중앙박물관 ‘오픈런’은 이제 낯선 장면이 아니다. 사진 출처 뉴스1

국립중앙박물관은 2005년 용산으로 이전한 후,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8년 5월 전면 무료화된 이후 17년간 이 정책을 유지해 왔다. 관람객 수 기준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적 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것도, 무료 입장을 통한 ‘열린 박물관’ 정책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 여기에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관련 굿즈 열풍이 입장객 수를 비약적으로 높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삼국시대의 두 반가사유상. 동아일보DB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에 전시된 삼국시대의 두 반가사유상. 동아일보DB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2021년에 개관한 ‘사유의 방’처럼 오직 국립중앙박물관에서만 누릴 수 있는 근사한 전시공간이 조성돼 있었기에 반짝 열기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즉, 어렵게 일어난 박물관 붐이 일정 기간 유지될 최소한의 동력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달군 붐에 찬물을 끼얹는 유료화와 예약제를 왜 지금 시점에 도입하려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렵다. 박물관 측은 현재의 관람객 수를 유지하면서 유료화를 추진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런 묘수가 있을지 의문이다.

독창적 콘텐츠로 내실 다질 때

간혹 루브르박물관 등을 예로 들며 국립중앙박물관도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그러나 박물관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무료입장이 오히려 박물관의 시대정신에 더 부합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영국 국공립박물관은 기본적으로 무료입장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루브르보다 한발 앞서 문을 연 영국박물관 입장료도 무료다. 영국박물관의 컬렉션 수준이 루브르보다 낮아서 무료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박물관은 언제든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 한다는 초기 설립자들의 취지를 존중하기 때문이다.
 

아폴론 갤러리’ 입구에 프랑스 혁명 이후 박물관을 설립하며 이를 시민에게 개방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크게 쓰여 있다. 사진 출처 루브르박물관

루브르 내 프랑스 왕실 보석류가 전시된 ‘아폴론 갤러리’는 가장 화려한 방이자 프랑스 왕실의 위엄을 간직한 공간이다. 최근 도난 사건의 현장으로 자주 언론에 소개됐다. 이곳에 서면 박물관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아폴론 갤러리의 문 위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프랑스 의회 법령에 의해 1792년 9월 16일 루브르박물관을 설립하기로 결정하여, 1793년 8월 10일 개방한다.” 개관 당시 마련된 규정에도 “모든 시민이 자유롭게 들어와 미술을 감상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이제부터 미술이 왕이나 귀족 같은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시민의 품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다.

루브르박물관은 이러한 초기 건립 정신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지난해 루브르의 관람객 수는 2023년에 비해 약 20만 명 줄었다. 파리 여름올림픽이 열린 해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감소다. 이는 급격한 입장료 인상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박물관 입장료나 온라인 예약제는 그 효과에서 논쟁적일 수밖에 없다. 국립중앙박물관이 그로 인해 동력을 소진하기보다, 급변하는 박물관 환경에 맞춰 보다 참신한 변신을 기획하는 편이 낫다. 사실 코로나 시기 도입한 사이버박물관은 성공적이었고, 실감 영상을 과감히 운영하는 전시 역시 서구 박물관들이 쉽게 시도하지 못한 혁신적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공지능(AI) 등 지식기반 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전통적인 전시 형식을 넘어서는 혁신이 시급하다. 지금은 ‘500만 시대’를 자랑하고 있지만, 외국인 관객은 여전히 3%대에 불과하다. 루브르의 외국인 관객 비율이 77%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의 루브르’를 지향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우수한 기획전과 독창적인 콘텐츠로 내실을 다져야 할 때다. 무엇보다 용산 이전 2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공간 개편이 시급하다. 이런 변신에 국가 재원이 투입된다면 국민도 기꺼이 동의할 것이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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