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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변정담 불편함에 대하여 - 귀국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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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5,731회 작성일 17-02-08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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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왔습니다. 1년 반만의 영국생활을 마치고 지난 주말 한국에 돌아왔습니다. 쉽지는 않았지만 영국생활에 많이 적응했었고, 불편했지만 그 불편함에 익숙해져 갈 무렵 돌아온 한국에서의 첫 대면은 일단 그다지 나쁘진 않았습니다. 여섯 식구 입국심사는 단 1분 만에 끝났고, 집으로 가기 위해 부른 콜택시는 2-3분만에 도착하더군요. 다만 문이 열리자 마자 닫히는 엘리베이터 때문에 아이들이 문에 부딪치고, 안전벨트도 없는 앞자리에 아이를 앉히고도 무한 질주하는 콜밴에 다소 당황스럽긴 했지만요.

그리고 다시 시작된 한국에서의 일상들

역시 모든 것이 바쁘게 돌아갔습니다. 도로에 수많은 차들로 길이 막히긴 해도 그 사이를 능숙하게(?) 빠져나가는 택시나 오토바이들. 거리에서 요리조리 바쁘게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 음식점이나 관공서에서 자기 순서와 상관없이 들이대는 사람들. 거기에는쏘리익스큐즈 미라는 말을 듣기는 어려웠습니다. 물론 편리하긴 하더군요. 원하는 곳이면 어디서든 택시를 탈 수 있고, 음식점에서도 바로바로 서빙이나 포장이 되고, (물론 배달도 anytime, anywhere 되고요) 비교적 빠르게 진행되는 관공서 일 처리는 제게 편리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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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영국 생활을 마치고 가족과 함께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쏘리" "익스큐즈미"는 없다

한편 영국에서는 많이 불편하고 답답했던 일상들. 길거리를 걸으면서 항상 남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조심했던 순간들. 음식점이던 쇼핑센터에서 내 순서를 마냥 기다려야 했던 시간들. 택배 배달을 받기 위해 그들이 방문할 시간에 맞춰 몇 시간을 집에서 기다려야 했던 날들. 집안 창문을 고치기 위해 몇 주간 엔지니어의 방문을 기다려야 했던 답답함. 병원 진료를 위해 수개월을 기다려야 했던 기억들이 겹쳐지면서 한국에서의 편리함과 신속성에 또다시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그 편리함과 빠름, 풍요로움 속에서 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은 꽤나 불편했습니다. 제가 영국에 살면서, 영국사회에서의 불편함이 사실은 함께 살고 있는 다른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내 자신은 조금 불편했지만 적어도 내 편리함을 위해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믿었습니다. 서비스를 받는 사람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모두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소 불편함도 있지만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시민의식, 나의 작은 불편함이 전체 공동체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믿음, 결코 나의 편리함을 위해 남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나의 편리함 vs. 남의 불편함

한편 한국사회에서 내가 누리는 편리함은 결국 누군가의 희생을 담보로 누리는 편리함이었습니다. 식당 종업원, 택배 기사, 마트 직원, 관공서의 일선 담당자, 수리공 등등. 사실 우리 자신 역시 그렇게 바쁘고 빠르게, 상대방의 편리함을 위해서 결국은 내 자신의 권리를 포기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고, 그래서 때로는 나 역시 부지불식간에 누군가의 권리를 빼앗아 나의 편리함을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익숙해져 버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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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한국사회에서 누리는 편리함은 남의 희생을 담보로 합니다. 

물론 한국과 영국의 상황은 다릅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정부 발표로 지난해 말 현재 한국의 인구는 약 5,170만 명이고, 인구밀도 역시 517.6/km2 로 세계적인 수준입니다. 전체 인구 6,4420명에 인구밀도 261.6/km2인 영국에 비해서는 약 두 배가 많죠. 또한 경제 규모도 한국은 영국보다는 뒤집니다. IMF 기준 영국의 1인당 GDP 4만불 수준, 한국은 2.8만 불 수준입니다. 결국 한국은 영국보다는 경제나 인구 면에서 아직 살기 어려운 나라인 것은 사실입니다.


영국도 과거를 치유하는 중

하지만 제가 살던 세계 최고의 도시 런던의 인구밀도는 서울 못지 않습니다. 또한 한국이 영국보다 경제규모는 작지만 한국 역시 경제 선진국이라고 할 만한 수준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영국과의1:1 비교에서 한국의 삶의 조건이 다소 팍팍한 것이 사실이지만 그것이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한국은 영국 사회의 불편함의 이유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됩니다. 영국 역시 산업혁명과 빅토리아시대를 거치면서 누렸던 무분별한 풍요로움이 가져온 각종 폐해를 치유하기 위해 스스로 치유해 온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제 다른 시대 정신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가 겪는 불편함은 결국 우리의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편리함만을 추구합니다. 그 편리함에 빠져갈수록 우리의 다음 세대는 부족한 자원과 환경 파괴, 인간성의 상실을 경험해야 합니다. 모든 것이 그렇습니다. 우리의 삶이 많이 힘듭니다. 그래서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그 힘듦으로 인해 남의 (심지어의 우리 다음세대의) 희생을 담보로 우리의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봐야 할 때입니다. 조금 불편하고 부족하게 사는 것도 결코 나쁘진 않습니다.


3.jpg

<사진3> 이 푸르름이 좀 더 우리 가까이에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보고 싶다 푸른 잔디

그리고 한가지 더,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우리는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위에 열거한 무엇보다도 제가 한국에 돌아오자 마자 가장 낯설고 불편하게 느끼고 있는 것은 영국에서는 그 어디에서나 볼 수 있던 푸른 잔디와 나무들을 이곳에서는 전혀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후죽순 솟아 있는 건물들과, 각종 간판들. 수많은 아파트. 그냥 바라보면 편안해지는 자연의 푸르름이 한국은 참 멀리에 있더군요. 눈을 들어 저 멀리 바라봐야만 보이는 한국의 아름다운 산들이 그나마 위안이긴 합니다.

<사진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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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운영자님의 댓글

운영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도 남을 배려하고 원칙을 지키려는 편이긴 한데 한국에서는 그런 저를 '유도리(융통성)'가 없다고 답답해 하더군요.

ghlagh님의 댓글

no_profile ghlag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영국에서는 쏘리 익스큐즈미가 너무 많은거 같아요 적당한게 좋은데 ㅋㅋ
어떨때는 그게 '야 비켜' 이렇게도 들리는 ㅋㅋ

차돌아빠님의 댓글

차돌아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럴수도 있겠네요. 어쩔 때는 무표정하게 '달링' '러블리'를 날릴 때는 어떻게 저리 덤덤하게 말할 수 있지 하는 생각도 들지요. 그들 속마음이야 알 수 없지만, 겉으로라도 배려하는 습관이 교육을 통해 몸에 배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TommyThames님의 댓글

no_profile TommyThames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국사회에서 누리는 편리함은 남의 희생을 담보로 합니다.'라는 말 공감 또 공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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