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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견문 코로나가 덮친 영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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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윰윰쾅쾅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291회 작성일 20-04-09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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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문을 닫고 길거리는 휑하다. 세기말 디스토피아나 좀비물 영화에서나 법한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수많은 펍과 레스토랑도 문을 닫았고, 완고하게 마스크 착용을 거부하던 이곳 영국에서도 하나 마스크를 사람들을 목격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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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사는 서남부 브리스톨의 시내 풍경. 평소같으면 활력이 넘쳤을 거리에 사람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이탈리아에서 확진자가 급증하여 영국정부가 조금씩 긴장감에 빠져들기 시작한지 한달 남짓 지난, 4 영국의 풍경이다. 사이 찰스 왕태자나 보리스 존슨 총리까지 확진판정을 받음으로써 영국의 심장부마저 코로나에 저격 당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지난 초부터 영국정부는 매주 코로나 사태에 국한된 기자회견을 실시하고 있고, BBC의 메인 화면은 지난 달 중순 이후 코로나와 관련된 뉴스를 메인으로 다루기 시작했다.

무겁고 진지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도 영국정부나 영국인들의 대응방식은 한편으로 우리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이 있다. 전염병을 대하는 방식에서 살펴볼 수 있는 양국간 사회문화적 차이 역시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임에 틀림없어 보인다.

 

정해진 운명은 피할 수 없다고 느끼는 듯한 영국인
   
총리관저에서 실시되는 코로나 관련 브리핑에는 총리 (현재는 총리대행)를 비롯하여
수석의학사무관(CMO·Chief Medical Officer)과 수석과학고문(CSA·Chief Scientific Advisor) 두명의 전문가만 등장한다.

사태의 초기부터 영국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은 질병을 최대한 봉쇄하고, 대규모 확산을 최대한 지연시킨다는 것이었다. 이탈리아의 경우 중국 입국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판데믹을 막을 수 없었으며, 너무 강력한 통제를 일찍 실시할 경우 사회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결정(right time, right decision)을 하겠다는 것이 영국정부의 기본 입장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어느 정도 각오한 듯한 모습이었다.

   
영국인들은 눈에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완벽한 승리는 불가능하며, 희생은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있는 듯 하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싸움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들의 삶을 방해받지 않는 것이며, 이로 인한 사회혼란(social disruption)을 피하자는 것이었다. 가능하면 피해를 적게 보는 쪽으로 대처하자는 ‘피해 최소화(damage limitation)’ 정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인지 이제까지의 기자회견에서도 영국 정부의 태도는 놀랄정도로 솔직했다. 바이러스의 확산은 초기가 지나면 기하급수적일 수 있으며 그 정점은 여름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영국 의료의 현실

 

4월 초 현재, 영국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할 병상이 턱 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미국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영국의 코로나 사태는 이달 중순 (17)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최대 10만여기의 병상이 필요하다고 예측했지만, 현재 영국 내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병상은 1 8천개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마저도 보리스 존슨 총리가 입원해 있는 것과 같은 중환자실의 경우 799개 병상만이 이용가능하다고.  애초에 영국의 병상은 95% 정도가 채워져 있었기 때문에 코로나 사태에 이용할 수 있는 병상은 전체의 5% 정도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의 시선으로 볼 때 영국의 대응은 민첩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한가하다고 할 정도이다.

수석의학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으며, 수많은 영국인이 보균자가 될 것이지만 그렇다고 비관적으로 생각할 일은 아니다”고 이야기 했다. 과연 낙천적인 영국인답다!

 


사회시스템의 붕괴 혹은 의연한 개개인들?

 

많은 한국인들이 동경해마지 않던 유럽의 행정, 공공의료, 사회보장 시스템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위기 앞에서 그 취약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우리가 배우고자 했던 유럽의 약점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알고보니 유럽의 인구 1000명당 병상숫자는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었으며, 이러한 상황은 높은 치사율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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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ECD 주요국의 인구 1000명당 병상 수. 결국 잘 준비된 의료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낮은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그림에도 불구하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여전히 한국과 아시아가 벌이고 있는 총력전 양상의 방역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은 해외 입국자들 가운데 유증상자에 대해 전자팔찌를 채우자는 의견이 대두하고 있는 마당에, 독일에서는 디지털 정보를 활용한 한국식 동선공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우세하다고 한다.

 

내 삶과 내 일상에 타인, 정부, 낯선 이의 감시가 개입될 일말의 여지마저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Keep Calm Carry On 의 국민들이다! 실제로 솔직하게 현실을 인정하고 이해를 구한 존슨 총리는 기자 회견 이후 더 인기가 높아졌다는 기사까지 있을 정도다.

 

 

제도적 포기 혹은 기독교의 운명론

 

이런 상황에서 대개의 영국인들은 1차 전문의가 진료해서 결정하면 별다른 의사 표시 없이 의사와 병원의 진단과 결정을 따른다. 간단하게 말하면 첫 의사가 진단한 병을 ‘운명’이라고 여기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느려터진 행정과 사회변화 속에서 순응하는 개개인의 자조일 수도 있다. 혹은 유럽인들 내면에 내제한 ‘기독교적 운명론일수도 있다.

어쨌거나 최대 5만에서 7만의 사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비관적 예측이 난무하는 가운데에서도 영국은 커다란 변화없이 조용하게 사태를 수습해갈 것이다. 수석의학관의 말대로 연간 독감으로 사망하는 8,000명 정도는 감수하겠다는 자세로 보인다.

 

영국인들의 대응방식은 과연 자조로 인한 포기일까, 혹은 숙명에 맞서는 용기와 의연함일까.



(사진출처: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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