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도쿄보다 비싼 서울 먹거리 물가… OECD 평균의 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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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4.11달러, 미국 3.26달러, 일본 3.57달러.’
글로벌 커피 체인 스타벅스에서 판매하는 카페라테 톨 사이즈(355ml)의 국가별 가격표다. 3일 미국 창업 정보 사이트 ‘스위치 온 비즈니스’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우리나라 스타벅스 커피 가격이 이처럼 다른 나라들보다 꽤 비싼 편으로 나타났다. 미국, 일본은 물론 이탈리아(2.84달러), 호주(3.97달러), 캐나다(3.85달러)도 우리나라보다 저렴했다. 주요 선진국보다 적게는 4~5%, 많게는 40% 넘게 커피 값이 비싼 것이다. 최근 미국을 다녀온 이모(41)씨는 “미국 물가가 많이 올랐다고 해서 커피가 한국보다 훨씬 비쌀 줄 알았는데, 큰 차이 없거나 저렴해 놀랐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다. 마트에서 장바구니에 자주 담는 각종 식료품 가격은 고물가로 악명 높은 유럽 국가는 물론 미국, 호주 등 주요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훨씬 높다. 지난달 먹거리 물가 상승률이 4.9%로 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푸드플레이션’이 심화하는 가운데 서민들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식료품 물가, 세계 2위
3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물가 수준 통계에 따르면, 2023년 우리나라의 식료품 및 비주류 음료 가격은 OECD 38국 평균보다 1.5배나 높았다. 한국보다 음식료품 물가가 높은 나라는 유럽의 대표적 고물가 국가인 스위스밖에 없었다.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 수준은 OECD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147로, 미국(94), 영국(89), 독일(107), 일본(126) 등보다 높다.
서울의 식료품 물가도 주요 대도시에 비해 훨씬 높다. 지난 6월 글로벌 투자은행(IB) 도이체방크가 전 세계 69개 주요 도시를 조사했더니, 서울이 전 세계에서 여덟째로 식료품 물가가 비싼 도시로 꼽혔다. 서울보다 식료품이 비싼 도시는 스위스 제네바·취리히, 미국 뉴욕·샌프란시스코·보스턴·시카고·LA뿐이었다. 도쿄·런던·파리·시드니·홍콩 등도 서울보다 식료품 가격이 저렴했다.

◇농산물 자급률은 낮고, 유통 비용은 높아
우리나라의 식료품 물가가 높은 이유는 농산물 자급률이 낮아 해외 농산물 값 상승의 직격탄을 맞을뿐더러 농산물 유통 구조도 복잡해 유통 비용이 높기 때문이다. 2022년 기준 한국의 식량 자급률은 49.3%로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이다. 2021~2023년 밀·옥수수 등 곡물의 평균 자급률은 19.5%밖에 안 된다. 이는 120% 이상인 미국은 물론 20%대 후반인 일본보다도 낮은 것이다. 곡물을 중심으로 식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다 보니 원화 환율 변동이나 원자재 값 상승에 그대로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원화 환율은 1400원 선을 위협하고 있다. 김상효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2020~2022년 국제 곡물 가격 급등으로 한국도 곡물류와 가공 식품류 가격이 크게 올랐다”고 했다.
농산물과 식자재 유통 과정에서 붙는 비용이 계속 높아지는 것도 문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농산물 구매 가격에서 유통 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가리키는 ‘유통 비용률’은 1999년 39%에서 2022년 49.7%까지 높아졌다. 양파의 유통 비용률은 76.3%에 달하고, 사과·배의 유통 비용률도 각각 62.6%, 53.9%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푸드플레이션을 잡지 못하면 식료품비 지출이 큰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더욱 팍팍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지난해 소득 대비 식료품 지출 비율은 31%로 5분위(10.4%)의 3배에 달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저소득층이나 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저가형 식료품 소매 채널을 정부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푸드플레이션
푸드플레이션(foodflation)은 푸드(음식)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합성어다. 급격한 식품 가격 상승으로 인해 식료품 가격 상승률이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보다 높은 상황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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