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장이~! > 영국일기

우울모드로..,

초토화된 내 마음을 추스리기에 앞서.,

일단 주변정리부터 하자...,

잡생각을 몰아내기 위해 내머리 청소에 앞서 대대적인 집안 청소~!

그리고 하루종일 지지고 볶고...음식 만들고(역시 도움은 좀 되더군요..^^)

오늘은 이불빨래를 하기로 마음먹었더랬어요.,

가는날이 장날이랬나.,

이불빨래를 하기로 마음먹고 일어나 보니 아침부터 비가 주룩주룩.,

장난이 아니게 옵니다.,

여지껏...숨박꼭질 하듯 내리는 그런 비가 아니라.,

천둥번개를 동반한 엄청 사나운 비가 양동이로 퍼붇듯 내리더군요.,

하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백승 이랬다고.,

변덕이 팥죽 끓듯하는 영국의 날씨를 나도 이젠 왠만큼 아는지라.,

굴하지 않고 씩씩하게 비가 몹시도 내리는 아침에 유유히 휘파람 불어가며

빨래를 했습니다.,

왠걸.,

한시간이 지나도 두시간이 지나도..,

사납기 그지없는 날씨는 수그러 들줄 모르고..,

가뜩이나 구질구질한 방안에..나는 할 수 없이 백기를 널어놓듯 온방안에 이불을 널어놓았습니다.

비는 세차게 내리고...천둥번개는 사납게 으르릉대고...,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 있자니 유리창엔 비 라는 노래가 생각나서

안나오는 목소리로 한참 꺽꺽 목메이게 불렀슴다..

비내리는 건너편 풍경..,

방안 여기저기에 걸쳐놓은 빨래들..속에 꼼짝없이 포위되고..,

또 다시 저만큼 밀쳐두었던 우울이 철썩 달라붙습니다.,

이거 내가 오늘 잘못 짚은거 아냐..오늘은 정말 제대로 비가 내릴려나 보네..

지금부터 한국처럼 장마지는거 아냐...?? 별생각 다 들 정도로 비가 내리더군요.,

"아이씨~~~하나님 정말 왜 이러는건데요~~!!! 뭐 하나 딱딱 되는게 없잖아 씨~~!"

하늘을 보고 주먹을 날린것도 아닌데 귀도밝은 하늘이 바로 호통을 칩니다..

번쩍~~!!!! 우르르릉~~꽝꽝~!!!!!!!!

헉~다른건 그렇게 기도해도 들은척도 않더니....ㅠㅠ

우울한 창밖에.,

비를 피해 손님이 왔습니다.,

근데 이녀석들...비둘기 처럼 다정한~~이라는 노래도 못들어 봤는지.,

부부싸움 크게 한 모양입니다..팽 토라져서 돌아서 있는 모습이라니...쯔쯧~!

결국...한마리는 날아가고.

비에젖어 추례해진 이 남자녀석만 남았네요.,

"뭔 일이야 여자한덴 지는게 이기는 거다 이 녀석아 꼬장부리지 말구 빨리 풀어~~!!!!!!!!"

사진을 몇장이나 찍었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어...출연료로 뜨거운 밥 한덩어리 던져 주었슴다 ^^


영국의 변덕심한 크레이쥐한 날씨~!

결국 제가 승리 했습니다.,

오늘 하루는 완죤히 망쳤다.....하고 포기할 무렵.,

갑자기...사납던 날씨가 거짓말 처럼 온순해지더니

영화 십계에서 보던 장면처럼 먹구름이 쏴~~아아~~ 시원한 바람에 물러나고

정말 눈에 보입디다...,

순식간에 언제 그랬냐는듯 이렇게 찬란한 햇살이...쨍하고~!

세상사 모든일이 이렇게 명쾌하고 빠르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만..,

내 이불들도 승리의 깃발처럼 햇살아래 펄럭입니다.,

하긴...또 언제 변할지 모르니까 저거 다 마를때 까지 외출은 못합니다..,

한번은 빨래 한번 널어놓고 한 대여섯번은 들였다 놨다 했으니까요..,

같은 풍경인데 하룻사이에..,아니다 한시간 사이에 이렇게 그림이 달라지네요..,

순식간에 내린 많은 빗물을 쓸어낸다고.,

동네 아이들 신이 났습니다..,

일이라고 시키면 짜증낼텐데 놀이처럼 신나서 깔깔거리고..

톰소여의 모험에서 페인트 칠하던 아이들 생각이 나는군요..ㅎㅎ

암튼....참 재미있는 영국의 날씨입니다.,

이러고 있는 나도

참 재미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