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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장 훔쳐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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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시간통조림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808회 작성일 10-10-0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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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적으로 글을 쓴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서랍 속에 몰래 숨겨둔 파란표지의 일기장에 쓰는 것처럼 늘 진지하고 진실되게 쓰려고 노력하지만,


영국일기에 내가 쓴 일기들의 진지함과 진실함이 어느 정도의 무게감을 지니고 있느냐는


실상 그 파란표지의 일기장에 쓰는 것 보다는 못하다는 게 사실인 것 같다.


누군가 내 비밀일기장을 훔쳐보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당신들에게 내 비밀을 속내 비춰가면 떠벌리려는 것만 같아서,


아직도 잘 모르겠다. 그래도 난 영국일기가 좋지만 말이다 히히히.




오늘은 바빠서 거진 1년 정도 열지 않았던 싸이월드의 일기장을 열었다가


이런 일기를 발견했다.





일상에서 쉽게 지나치곤 하는 것들이


순간 너무 아까워서 보고 싶고 만지고, 느끼고 싶고


달아나는 것 같아서 말이야



혼자 있는 집에 쓸모도 없이 형광등을 켜놓고


아무도 보지 않는 tv는


멋대로 지껄이고 있어



정적, 고요,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엄숙함,


외로움, 고독, 사랑할 수 없는 것들, 불면증과 소설책.


써도 보낼 수 없는 편지, 어차피 받지 못할 사람들이란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사람들은


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벽에 갇혀 살고 싶다고 소릴 질러



더럽고 치사해서 눈물날 정도로 웃긴 인생에


너무 아깝고 소중한 것들을 잃기가 싫어서


평생 이렇게 가슴 졸이며 살아야 할까?





묘지를 지날 때의 고요함처럼,


파도가 칠 때의 시원한 짠 내음처럼,


마음을 비우자, 손에 가질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래도 너무 아까운 걸, 소중해서, 당장이라도


껴안고 엉엉 울며 부르짖을,


당신 이름,





-여기까지였음.




그런데 읽다보니까,


내가 왜 이걸 썼는지 도대체 생각이 안 나는 것이다.


그럼 이걸 썼을 당시의 나는 내 자신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증거인가? 기억도 못할 정도로?


(아님 취했었을 수도 -_ - 난 감.) 아마 취했었던 것 같다. 흐음.





그런데 사실 나는 일기 쓰는 것보다 일기 훔쳐보기에 더 소질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 고1 때였던가, 그때는 작은 언니가 대학생이었는데 너무 심심해서 언니 일기를 몰래 읽었다.


그때 언니가 처음으로 남자친구를 사귀었었는데 이렇게 써놨었다.


'오늘은 xx선배랑 대청댐에 드라이브를 했다. xx선배가 내 이마에 뽀뽀를 했다.'


읽고 웃겨서 너무 웃겨서 한참을 웃다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골려주고 싶은 생각에...


아니야, 내가 골려주면 또 죽도록 맞겠지,란 생각을 해서 아 그냥 웃고 말자, 했었다.


그런데 언니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장난기가 발동을 해서,,,


나도 모르게 손가락이 이미 이마를 짚으면서 "뽀뽀~~ 뽀뽀~~" 이랬던 것..


언니한테 먼지나도록 맞았지만 ,, 진짜 후회 안 하고 재미있었다,




그런데 사람은 왜 일기를 쓰는 것일까.


오래된 일기장을 보면, 그때 그때 상황이 생각이 나고 냄새가 나고, 장면이 떠오르고,


뭘 입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왜 그랬는지 다 기억이 떠오른다.


일기는 글로 된 사진 같다. 그래서 쓰는 것일 수도 .




에에 근데, 한국은 더워서 일기 쓰기가 힘들다.


오늘 비가 살짝 내렸는데도 덥다.


한국에 정말 딱 1주일만 있으면 영국에 돌아가고 싶다. 흐흐윽.


그래도 이번엔 정말 운전면허를 따려고 마음 먹고 엄마한테 말했더니 엄마가 학원등록 하랜다..


아잉 기뻐라.


아아아 일기가 길었다.


아무튼 히히 덥다 더워





너의 친구
'일기가 글로된 사진'이라는 말에 찬성표~한장!!. 언제나 사진을 찍지 않듯이 언제나 그날의 일들을 일기로 옮겨적지 않으며, 추억하고 싶은 일들에 사진을 남기듯이 무언가 생각나고 자신의 감정에 목말라 있을때 일기를 끄적이는 것처럼요..하지만 조금 다른건 일기가 조금더 자신에게 솔직하다는것 정도? ^^??
시간통조림
글쎄요. 전 적고 싶은 것만 적고 사건과 추억을 왜곡하기도 해요, 그래서 일기가 솔직하다는 말에는 동의를 할 수가 없네요 히히히.. ^^;; (구라쟁이통조림_-_)
속상한 늘보
아 ㅋㅋ 대청댐? 그럼 님은 대전에 사세요? 헉 저도 지금 잠시 대전 친척집에 내려와있는데! (잠시..라고 했는데 어느덧 2주가 넘어감..) 하여튼.. 사람들이 영사에 일기 쓰는이유= 자랑하고 싶거나, 너무 심심하거나, 다른 사람들과 접촉시도를 위하여. 자기 자신만 볼수있는 일기를 쓰는사람들= 자신이 나중에 이 글을 읽으면서 그날 무슨일을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알아보기위하요
시간통조림
그려유~ 저 충청도가 고향이여유~ ㅋㅋ 아 집이 청주 근처 시골(ㅋㅋ) 청원군이라고 아실려나, 요새 세종시로 행정도시가 된다나 뭐 말이 많은데..암튼.. 전 그냥 쓰는 걸 좋아해서 쓰는 것 같아요~ 늘보님도 한번 일기 올려주세요~ ^- ^ 네?
서선영
어 저도 대청댐이라고 해서 놀랬어요 ㅋㅋㅋㅋ 전 청주사는데 와아 반갑네요 ㅋㅋㅋㅋ
시간통조림
ㅎㅎ 저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진 청주에서 학교 다녔음.. 반가워용
나도너가그리워
글로된 사진이라는 말 정말 맘에 와닿네요.
시간통조림
에헤헤헤헤 ㅋ
Jenniferstory-.
나의 일기는 일종의 유언장.. 인데, 아 너무너무쪽팔려ㅠㅠ죽기전에 다 태워버릴꺼임ㅋㅋㅋ
시간통조림
왜 쪽이 팔려요.. 이상한 거 써놨나 보죵? 아 궁금해 읽고 싶다.. 태우지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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