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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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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스마일99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1건 조회 2,653회 작성일 10-10-03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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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살짜리 딸이랑 버스를 타면


내릴 때 허겁지겁 내리기 싫어서 주로 앞자리에 앉되 노약자나 장애인 자리 아닌 곳으로 앉게된다.



사시사철 푸르디푸른 영국의 잔디밭도 누렇게 떠가는 요즘의 더위...


에어컨도 없는, 여러 종류 사람들의 냄새가 사정없이 버무려진 버스를 타는 것은 참 고역인데,



오늘은 시내에서 탄 버스에서 앞에 딱 남은 두자리가 장애인 자리였는데, 장애인이건 노약자가 올 대까지만 앉아가자~하고 앉았다.


아침 5시에 일어난 딸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다음 정류장에서 지팡이 짚은 할어버지와 그 와이프로 보이는 60정도된 할머니가 타신다.


나도 그걸 보고는 얼른 일어섯지만 내 앞자리의 여자가 일어서며 자리를 양보하는데, 이 두분은 거기는 ?다 하고



내가 앉은데로 와서 졸고 있는 아이도 비키란다.


장애인 자리라고....



그래 장애인 자리지...


당연히 비키는거지...


조는 아이 후들겨 깨워 통로에 서게 했다.


아이가 바를 잡고도 졸고 있다.정신을 못차리겟나 보다...


에구 애처롭네.



다행히 다음 정류장에 아까 앉은 장애인 좌석 뒤의 두사람이 내린다.


그 자리는 아무 스티커도 붙어 있지 않다. 그냥 묵시적으로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오면 양심껏 양보하는 자리이다.


조는 아이 앉히고 나도 옆에 앉았는데,



그 다음 정류장에서 한 아줌마, 무지 뚱뚱한 아줌마 셀프리지 백화점을 몽땅 사셧나.


노란 쇼핑백에 둘러 쌓인 아줌마


삐질삐질 들어오더니


내 옆에서 서서는


'익스큐즈 미' 한다.


얼굴 단호하고 목소리도 단호하다


'너 당장 안 일어나면 니 허벅지만 한 내 팔뚝으로 한방 갈기겟어' 싶은 표정.



'저요?'


'그래 너 일어나'


'아...네...'



그래...


아줌마 (잘봐야 50초반) 가 나를 20대젊은 엄마로 생각함이 분명해.


암...


나처럼 날씬하고


?시하고


패션 감각있고


화장 곱게 한 40의 아줌마를 본적이 없을거야.


게다가 아줌마는 너무 많이 드시고 운동도 안하시고


그래서 관절염도 있으시고


간만에 쇼핑 나와서 무지 피곤하신거야.


게다가 날씨도 더우니 짜증도 나는거겟지.



몇 정거장을 가서 아줌마 내린다.


쇼핑 한것도 많고 너무 둔하셔서


돌아서는 통에 내 발을 꾸~욱 진하게 밟아 주셧다.


슬리퍼 밖으로 나온 누드 상태의 내 발가락..



으악~~~~~~~~~~~~~~~~~~~~~~~~



으 으 으 으 으...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우고 앉았다.


한 정거장 가서 머리를 곱게 (하얀 블론드) 염색하고 얼굴에 '난 70이지만 40으로 봐주세요' 로 보이는 할머니가 타신다.


이제 내 몸은 자동이다.


자리에서 튕겨져 일어나


'어서 앉으세요' 하니


웃으면서 고개를 저으신다.


'부디 앉아주세요' 하니


'아 유 슈어?' 하시며 앉는다.



옆에 앉은 딸래미에게 말도 걸어주시고 간 혹 서 있는 나보고 웃어도 주시고



어머...부끄럽다.


할머니께서 웃어줄 때마다 베시시 미소를 반사한다.



할머니는 다음 정거장에 내리시느라 버튼을 누르고 다른 사람이 앉지 않도록 나를 그자리로 이끌며



'Where are you from?'


'한국이요'



'Sorry?'


'남한이요 ( South Korea)'



다음 정거장에서 버스를 갈아탄다.




저녁 바람이 시원하다~~~~











마징가ZZ
^^
스마일99
스마일 반사합니다~~ ^^
아기셰프
전 그래서 맨 뒤나 아예 윗층으로 올라가버려요....그 장애인 자리 주위에 쟁탈전이 심해서요. 근데 셀프리지 쇼핑백 잔뜩 든 아지매는 비켜주지 마시지 그랬어요...조금 얄밉네요.
스마일99
그러게요. 제가 너무 비굴했나요? 앞자리가 눈치 많이 보는 자리라서..저는 단거리 갈 때 이층은 꿈도 못꿔요. 애 손 잡고 비틀비틀.... ^^
dreams do come true
진짜 셀프리지 아줌마 염치없네요. 아직 그런사람 못만났는데 저도 어이없다는 듯이 쳐다볼거같아요. 아이도 있는데 어쩜 저리 염치가 없을까...
스마일99
살다보면 그런 사람도 만나는 것 같아요. 안 엮이고 싶지만....ㅜㅜ
꾸리1
저는 버스타면 2층으로 무조건 올라가요...1층은 유모차 놓는 자리에 서서 가구요..근데 아이가 어리면 2층올라가기 힘드실텐데...날씬하고 젊은 스마일님이 우아하게 뚱띠코끼리아줌마를 용서해 주세요...ㅎㅎㅎ
스마일99
딸래미가 버스 기다릴 때부터 졸았어요.이층은 꿈도 못 꾸고...뒷자리는 다 차고...조는 애 앉힐려니 장애인 자리 밖에 없어서...궁디에 본드 붙여 놓겟다는 생각도 없었는데,사실 이눈치저눈치 다보고 버스를 20분간 탔더니 천덕꾸러기 된 느낌이었어요 ^^
울랄라광뚜
그 뚱띠아줌마가 뭐라씨부릴때 그냥 못들은척하시지그러셨어요 ㅠㅠ 암튼, 심술쟁이아줌마는 전세계어디나 다있는것같아요 단체로 같은학원을졸업했는지...원 ㅠㅠ
스마일99
그러게요 ㅜㅜ 제가 영어를 못알아듣는 척 했어야 했던거 같아요. 당시도 기분이 안 좋았지만 아직도 그 아줌씨 짜증나네요. 아무래도 덩지에 밀린듯...오늘부터 솥 끌어앉고 밥먹어서 덩지 키울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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쩡님의 댓글

no_profile 쪽지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94.♡.15.158) 작성일

  흐음... 저도 기차나 버스를 탈때면 왠지 동양인인 나를 차별한다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혼자만의 착각일것이라고 자기최면 걸고 있어요 ㅋㅋㅋ 말 재밌게 하시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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