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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마지막날, 예비 시부모님 놀래켜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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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Djuna(듀나)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2,971회 작성일 10-10-0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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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예비 시부모님은 제가 영국에서 만나 최고의 영국인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좋으신 분이세요.

처음 제 약혼자와 연애를 할 때, 연애가 Up and Down 할때마다 시부모님이 너무 좋아서

이 친구도 뭔가 부모님한테 배운게 있을거야... 그분들의 피를 받았으니 더 좋은 모습있을거야 하면서

기회를 주고 또 주고 했을 정도로 예비 시부모님의 인품이 아주 좋으시답니다.


한국에 계신 저희 부모님께도 매번 편지를 써 주시면서 저를 딸처럼 생각한다고 말씀하시면 걱정하지 말으라고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시구요. 또 제가 공부했던 지난 몇년간 동안에는 간간히 용돈도 찔러넣어주시구요. 약혼했을 때는 약혼축하겸 해서 제게 큰 돈을 체크로 끊어주시면서 그동안 하고 싶었던거 하라고 하시면서 말이에요.(이거는 인품이랑 상관없지만, 가난한 유학생에게는 엄청난 도움이었답니다.. 크크) 시부모님 자랑이 넘 지나치네요....ㅋㅋ 지송..


제가 얘기하려고 하는건 다름이 아니라,

어제 제가 윈블던 쪽에 볼 일 볼 것이 있어서 잠깐 나가있는 동안,

시어머니 시아버지께서 전화를 주셔서 제가 살고 있는 집에 잠깐 방문해서 차 한잔 같이 해도 되냐고 하시는 거에요.

런던에 연극보러 오신다면서요..


오후엔 약속도 없고, 금요일이면 약혼자도 병원일로 최고로 바쁜 때고 해서 혼자 보내는 것 보다는

사람들이랑 같이 보내는 걸 좋아하는 저이기도 하고 해서

예비 시부모님들께 오시라고 했죠.


한 두시간 그분들과 수다를 떨고나서, 연극 시작 1시간 전에 집을 나서면서

National Theater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가시는 것으로 결정하셨길래 저희집 차고에 차를 주차해두고 가셨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집을 나섰고, 극이 시작될 즈음부터 비가 추적추적내리기 시작하는거에요.

약혼자는 밤늦게까지 병원에서 환자본다고 연락도 안되고 혼자 막 걱정이 되는거에요. 나이드신 노인분들이 우산도 안가져갔는데라는 생각도 들고, 버스를 타든 택시를 타든 혹은 튜브를 타든 잠깐 기다리는 사이에 옷도 젖겠지만 미끄러운 노면으로 인해 혹시나 미끄러지시면 어떻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니 제가 막 걱정이 되는 거에요.


또 극이 끝나는 10시 30분에 저희 집에 오셔서 차를 픽업할 때까지 최소 1시간은 걸릴거고, 본인들의 집으로 운전해서 가면 12시는 넘을 걸 생각하니 걱정이 더 밀려오는거에요.


제가 운전을 잘하는 것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제 차를 끌고 길도 모르는데 2번이나 길을 잃어서 Waterloo 역에서 헤매긴 했지만 National Theater까지 갔답니다. 저도 National Theater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이긴 한데, 어젯밤에는 정말 거대하게 느껴지더라구요.


19세기 Comedy인 London Assurance를 본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Stall에서 보시는 지 Circle에서 보시는 지 몰라

혼자서 수많은 계단을 다 커버하기 곤란해서 National Theater직원들에게


"예비시부모님을 픽업하러 왔는데 그분들은 내가 여기 오는 지 모른다.

그런데 나는 이 큰 극장에서 그분들을 혼자 찾아야하니 극이 끝나고 사람들이 극장을 빠져나갈 때

배경음악이 나가는 동안, 괜찮으면 안내방송 한번 해주면 안되냐?"라고 물었죠.


직원들이 제 부탁이 조금 당황스럽다고 생각했는지 혹은 재미있다고 생각했는지는 모르지만 흔쾌히 들어주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지난번에 같이 극을 볼 때도 우리가 Stall에서 봤던 것도 그렇고, 제 직감상 Stall에서 그분들도 이번 극을 보셨을 것 같아서

그 언저리 가장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훤히 내다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 자리를 잡았어요.


사람들이 하나둘 빠져 나오기 시작하는데 세상에나... 다들 흰머리에 다들 비슷한 색상의 옷에 얼굴 생김새마져 비슷한 노인분들이

우후죽숙 쏟아지는게 아니겠어요?


수없이 쏟아지는 사람들을 꼼꼼히 살펴보며 저희 예비시부모님을 찾고 있을 때 안내방송으로

Mrs Mr XX씨의 예비 며느리 XX씨가 찾고 있습니다. Information 앞으로 와주세요라는 방송이 나가지 않겠어요?

그때 저 멀리서 두리번 거리며 당황해하시는 70대 후반의 노부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구요.

한달음에 달려가서 제 깜짝 이벤트라고 시부모님을 놀래켜준 후, 안내방송해주신 직원에게 인사하고

집으로 돌아왔답니다. 돌아올 땐 물론 시아버지께서 운전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그리고 생각없이 만들어낸 재미있었던 이벤트였던 것 같아요... 하하






꾸리1
마음을 주면 그 마음에 답해주고 싶은것이 본능인듯해요...시부모님들의 인품이 참 부드럽고 따뜻하시네요...비가 와서 걱정이 되서 픽업하러 왔어요...라고 나중에 말하시지 그러셨어요...ㅎㅎㅎ
- 0 -오마이갓
제가다 감동적이에요.. 진정 따뜻한 가족이라는 생각이 물씬.. 흥건하게 밀려와요! ^^..
Sparrow Tales
예의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애정이라고 하죠. 그런 면에서는 어느 나라든 예의라는 것은 통하는 소통의 방식이듯 합니다. 아마 시부모님들도 듀나님의 정성에 가슴속 깊이 진심으로 감동했을지도 몰라요. ^^ 너무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
아기셰프
어제 밤에 비 왔지요...저도 비 맞았는데...그 때 누가 나 픽업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ㅋㅋ
듀나님 결혼 준비 잘 하시고 좋으신 시부모님 만난 것 축하해요!!
♥Lovely♥
ㅎㅎ 정말 훈훈한 스토리네요! 좋은 예비 시부모님 만나신거같아서 보기 좋아요 ㅎㅎ 저희 예비 시부모님(?)도 좋은데 ㅋㅋ 암튼 결혼준비 잘하세요 :-)
죤죤죤
와~~~ 너무 감동이네요. 정말 사랑받으시겠어요~~^^
울랄라광뚜
방금 이런저런이야기에 시덥지않은글때문에 맘이상했엇는데... 님글에 다시 맘을정화하고갑니다 ㅎㅎ
Yana_Maquieira
참한 며느리감이시네요.^^ 좋으신 시부모님과 계속 훈훈한 관계 지켜나가세요~ 이렇게 서로 위해주면 고부갈등 같은 것도 있을리 없겠죠.
Djuna(듀나)
워낙 시부모님들께서 잘해주셔서 제가 항상 모자라요... 야나님도 훈훈한 가족 관계 지켜나가세요..
ooooops
짝짝짝... 저도 행복해지네요. 늘 행복하세요.
Djuna(듀나)
웁스님도 행복하세요.
모노노케
결혼 전부터 남편이 본인 부모님을 신경 안쓰는 것에 대해서 많이 싸웠어요. 내가 너무나 한국인처럼 대했나 싶어서 후회를 하곤 했는데...그런데 3년 지난 지금 시부모님께서 아들이 변했다면서 그리고 남편도 저 덕분에 가족이란 걸 더 알았다면서 한국말로 '감사합니다' 하더이다. 님 정말 마음 따뜻한 일 하셨어요. 마음이 뭉클하네요~
실버레인
정말 부럽고 가슴 따뜻해지는 얘기네요..^^ 예비 시부모님도 너무 좋으시고 잘 하시는 듀나님도 너무 아름다운 분들인것 같습니다.. 정말 부럽네요 ^^.. 저도 늘 그렇게 살기를 소망했는데..... ㅋ 듀나님..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고 사랑이 넘치는 행복한 가정 이루시길 바래요~ 덕분에 뭉클하고 훈훈한 가슴 안고 갑니다.. ^^
일상탈출
멋지다아아아아아
dreams come true
듀나님, 시부모님도 멋지시고 듀나님도 멋지시고. 저희 시부모님도 참 좋으신분들인데, 듀나님 시부모님은 좀더 다정다감하신 분들 같아요. 듀나님 행복하세요
Djuna(듀나)
드림컴튜루님도 행복하세요..
Djuna(듀나)
딸처럼 대해준다는 게 느껴지는, 그래서 저도 Dad, Mom하고 불러요.. 그러니까 좀 더 가깝게 느껴지고 지금은 그냥 가족같아요..제글을 읽고 마음이 훈훈해졌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우리모두 행복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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