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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일기]세 번의 farewell party와 아직도 추운 영국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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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I know what to … 이름으로 검색  (220.♡.249.213) 댓글 0건 조회 4,216회 작성일 10-10-03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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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국 일기들을 읽다 보면 친구 사귀기도 어렵다는데 그나마 정들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떠난다.





한국은 29도까지 올라가는 등 더운 5월을 보냈다는데 이곳 영국의 북부는 6월이 다 되도록 여전히 바람이 차고 우중충하다. 4월에 이스터 때 일주일 간 놀러 갔다온 런던의 날씨와 너무 비교된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 새벽 3시 58분에 창밖을 보면 동이 트이는 듯 하늘이 푸르스름 밝다. 이렇게 일찍 뜬 해는 와인에 맥주 한 잔 걸치고 나온 밤 11시 가까운 시간에도 길거리가 어둡지 않도록 오래가는데 이러한 백야 현상이나 상대적으로 긴 일조량에 상관 없이 체감 온도는 낮다.





그리고 아직은 추운 그러나 곧 있으면 따뜻해질 거라는 희망이 보이는 이 계절에 사람들은 떠난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아도 이별은 항상 힘들다. 남겨지는 입장이 더욱 힘든 것 같다. 내가 '잘 있어. 잘 지내. 잘 살아.' 하고 떠나올 때 남겨 졌던 내 가족과 친구들 역시 이런 기분이었을까? 뭔가 뭉턱 짤려지는 듯 섭섭하고, 남들은 새로운 변화를 찾아 떠난다는데 변하지 않는 내 일상이 답답하고...





내가 살고 있는 기숙사 건물은 여성 MA 학생 전용이라 비교적 차분하고 조용한 분위기인데 옆에, 앞에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 보다는 1층에 있는 두 개의 공용 키친 중 같은 키친을 이용하고 있는 사람들끼리 친해져 왔다. 내가 속한 키친 그룹에는 유달리 싹싹하고 붙임성 좋은 래투비아 출신 언니가 있었다. (흑, 이젠 과거형으로 써 줘야한다는 이 사실이 넘 슬프다.) 우리들 중 제일 연장자이고 통번역 대학원을 다녔는데 잉글리쉬-프렌취, 잉글리쉬-러시안 전공이었다. 그 쪽 전공은 수업 학기 마치고 국제회의장에 실습 배치를 한달 간 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21일에 코펜하겐으로 떠났다. 벌써 이메일을 한 번 씩 주고 받았는데 키친에서 늘 들어왔던 그 또릿또릿하고 큰 목소리를 들을 수 없어 외롭다. 성적문제나 장래문제 그리고 이성문제로 많은 고민 중일 때 항상 좋은 상담가가 되어 주었었는데. 8개월이 한 사람과 변치 않는 우정을 쌓기에는 그리 충분한 시간이 아닐지 몰라도 과제 제출 기간 세벽에 간식 나눠 먹으며 서로의 지난 좋은 일들 뿐만 아니라 잘 오픈하지 않아왔던 아픈 일들, 가족사까지 나눈 시간이 있기에 우리의 인연은 앞으로도 지속될 거라 믿는다.





두 번이나 연장을 하면서 까지 에세이 마무리를 잘 못해 해매고 있는 (English common law가 식민지 Uganda와 Sierra Leone의 customary law에 끼친 영향이 주제다. 그냥 한마디로 '나는 모른다.'라고 요약해서 써내고 싶은 충동을 큰 한숨을 벅벅 쉬어대며 억누르고 있다.) 요새 잘 씻지도 않고, 외출도 거의 안하고 기숙사 사람들도 마주치길 거의 피하면서 살고 있었는데 어제는 점심 때 부터 하루 종일 바깥에 있었다. 역시 이 도시를 떠나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점심 때 만난 분은 우리과 박사 과정에 계시는 분인데 한국에 있을 때 프로그램을 통해서 얼굴과 성함을 알고 있었다가 여기 와서 다시 만나게 된 분으로 작년 한가위 한인회 행사도 같이 가고, 따로 몇 번 식사를 같이 한 적이 있었던 분이다. 원래 같이 만나는 박사 과정 한국 분이 한 분 더 있는데 4월에 한국에 리서치 차 들어 가 계시고 이젠 이 분마저 같은 이유로 들어가시는 것이다. 만날 때면 학교 수업, 교수들, 학생들 이야기에 한국 상황, 이 공부를 마치고 난 후의 우리의 미래 등 많이 나누고 배웠는데 두 분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았다. 언제 또 보게 될까?





나에게는 불어 과외 선생님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어 과외 제자가 있었다. 이 둘은 동일 인물이다. 프랑스 국적이지만 이탈리안, 레바니스 부모를 두고 레바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후 프랑스에서 국제법을 전공한 뒤 중동에서 난민들을 위해 오랫동안 일을 했었다. 첫 학기 때부터 수업 시간에 항상 손들고 자기 의견을 표명해서 눈에 제일 띄는 친구였는데 내가 그 때 불어를 배워야 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프랑스 사람이라는 것을 알자마자 먼저 다가가 제안을 했었다. 나는 진짜 과외를 생각하고 돈으로 보상을 하려 했는데 그쪽에서 나도 자기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주는 것으로 대신 해 달라 요청해 매주 2회3시간 씩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우리는 너무 친해져 나중엔 수업은 뒷전이고 그냥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나중에 나이가 나보다 9년이나 위라는 사실에 놀랐지만 (동양인에 비해 서양인이 조금 더 들어 보인다는 전제 하에 나보다 많아야 2-3년 위지 싶었다. 어려 보이는 외모의 비결은 즐겨 먹는 와인과 치즈, 긍정적인 생각과 웃음이라고 한다.) 정말 밝고 유머러스하고 리더쉽도 있어 모두에게 좋은 클래스메이트였다. 나중에 자기도 서아프리카 지역에서 일해보고 싶다고 하며 꼭 아프리카에서 만나자 약속했는데 내가 보고 싶어 못견딜 것 같아 그전에 만나러 프랑스에 놀러 갈 것 같다. 다가오는 여름에.





나는 여기에서 끝마쳐야 할 큰 과제가 있다. 바로 석사 논문 쓰는 일. 정든 사람들이 떠나갔지만 그 숫자보다 더 많은 가까이 사는 정든 친구들이 있고, 도서관에는 아직 친해지지 못한 클래스메이트들도 있다. 얼마나 더 많은 송별회를 갖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정해진 때 떠날 것이고 우리는 계속 인연을 이어 갈 것이다. 이제는 한국에 있을 때 처럼 친구들을 보기 위해 지하철을 타는 게 아니라 비행기를 타야 한다.


Lena82
힘내요란 말밖엔.
I know what to do
친한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저도 이 나라에선 이방인이고 곧 다른 대륙으로 일하러 떠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기운빠져 있지는 않아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봄날의 곰
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하네요... 헤어짐과 빈자리의 울적함에 가끔 한계로 치닫는 저이기에... 드릴 수 있는 말은 계속 긍정적으로 보자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네요... 우리 힘내요. 다가오는 여름에...
I know what to do
모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게 좋죠. 사람이 생각하고 내 뱉는 말 대로 운명이 따라간다자나요. 근데 제 이야기가 슬픈가 (_ _;;). 난 미래지향적으로 희망을 품고 쓴 글인데... 나도 여기서는 결국 떠날 사람이고 또 다른 대륙에서 일하게 되었지만 거기서도 2년 단위로 이 나라 저 나라 옮겨다니며 살거라 이방인으로서 사는 삶에 익숙해지지 않음 안되요. 그래도 그걸 알아도 좋아하기 때문에 후회 없어요. 어쨌든 위로 감사합니다. 님도 울적할 때 글쓰세요. 저도 힘내시라는 답글 달아드릴 게요.
I know what to do
사실 저개발 국가에서 일하는 데 관심있으신 분들 알아두셔야 할 게 들은 바로는 이 분야 국제 기구에서 일하시는 분들 특히 고위직까지 살아남아 있는 여성분들은 이혼율, 미혼율이 높다고 들었어요. 제 클래스메이트도 남친한테 오래 전에 청혼 받았었지만 그냥 거절하고 연인 관계만 유지한대요. 남친은 결혼 안한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곁에 남아있는데 맨날 어머니께 결혼해서 정착하고 살라고 잔소리 듣고 압박 받는다고 하더라구요. 남친 잘못 아닌데 어머님이 남친 미워한다는 ㅎㅎ
Oskar
헤어짐이 아플 만큼 소중한 인연이 있다는 거, 한편으로는 부러운 일이네요. 좋은 인연 계속 이어가시길 바래요! 아, 그리고 런던 날씨도 그다지 따뜻하지가 않아요. 어째서 이 나라는 이제 벌써 6월인데 여름이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건지. 그래도 오늘은 좀 나았지만 며칠전에 비 오고 할 때는 정말이지 추워서 코트 꺼내 입고 다녔었어요. 얼른 여름이 왔으면...(여름 되어서 더위에, 찌는 튜브에 지치면 또 얼른 겨울이 와 주길 바랄테지만 말이죠ㅎ)
I know where to go
이 글을 쓴 다음 날부터는 좋았어요. 런던 튜브 타고 한 번 돌고 오면 코가 안팎으로 새까매지죠. 그래도 더운 게 좋은 것 같아요. 폭풍의 언덕에서 사는 것 같이 매일 밤 자다가도 깨게 만드는 바람소리는 너무 공포스럽자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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