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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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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ghlag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43.101) 댓글 5건 조회 6,926회 작성일 17-03-0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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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3월에 한국을 떠났으니.. 벌써 11년째 외국생활 중이다.

중간에 한국에 1년 있었으니 그거빼면 10년째.

더운거 질색하는데도 중동에서 외국생활이 처음에는 너무 좋았다

야근 안해도 되니까... :) 회식도 1년에 한두번밖에 없고 그마저도 안가도 됨. 주변에서 귀찮게 하는사람들도 없고

그렇게 되도않는 영어 써가면서 나름 잘살고 있었는데 문득 두바이에서의 차별대우와 불합리의 극치를 너무나 많이 느끼면서 그곳 생활에 싫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곳에서는 '영국' 이 무조건 최고였다. 발가락 하나 담그자 싶어 그동안 모은돈을 올인해서 유학을 결심했다. 석사학위가 이미 있었지만 난 '영국' 석사가 필요했고 영국석사는 1년이라서 학위받고 또 벌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유학준비 막 시작할때쯤 두바이 경기침체로 그곳 회사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사람들은 짤리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나도 짤렸지만 몇달간 더 체류가 가능해서 거기서 유학준비하고 영국으로 건너가 뉴캐슬에서 석사를 받음. 가능하면 영국에서 취업하고 싶었지만 당시 (2010년) 에는 영국학생들조차 취업이 안되어서 난리였고 두바이는 경기침체가 점점 심화되는 중.. 난 어쩔수 없이 한국으로 갔지만 이미 적응할수가 없어 힘들어하다 1년만에 두바이에서 다시 오퍼를 받아 갔지만 역시 그곳도 적응하기가 어려웠다. 이미 경기 좋을때의 그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그저 불합리만이 가득했을 뿐...

2년간의 두번째 두바이-아부다비 직장생활은 제일 힘들었던 시절이었다. 고민끝에 일단 직장을 그만두고 달리 방법이 없어 한국으로 가기로 했다. 기술자격증이 있고 어느정도 인맥이 있으니 창업을 해볼만 하다 싶어 창업을 결심하고 슬슬 알아보면서 차팔고 집빼고 키우던 개와 함께 아부다비 임시 민박에 머물면서 출국을 기다리던 중..... 출국 1주일전 언제 보냈는지 기억도 안나는 영국 한 엔지니어링 회사에서 연락을 받았다. 두바이에서도 꽤나 유명했던 회사라서 가장 가고싶어했던 곳이었다. 학위받고나서 영국 호주 캐나다 북유럽 여기저기에 몇년간 엄청 이력서 보내고 대부분 연락 거의 없길래 그냥 포기하고 있었는데..

사실 어디나 외국인 취업이 힘들다. 비자 스폰서 해주는게 비용도 그렇거니와 이것저것 귀찮은 일이 많다고 한다. 이렇게 비자해줘야하는 외국인에게까지 연락이 오는 경우는 아마 큰 프로젝트가 생겨서 사람이 갑자기 엄청나게 필요한 경우일꺼라 생각하고 이건 하늘이 준 기회라 생각되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이제서야 나에게 기회가 왔구나. 1차 메일로 연락오고 2차 민박집에서 전화면접, 그리고 그 다음달에 런던으로 건너와 본사에서 면접을 보고 그 다음날 바로 합격통보를 받았다. 20-30 군데 이력서 보내면 1군데 1차연락 올까말까 그나마도 비자 있냐 물어봐서 없다고 하면 더이상 연락 안오는데.. 이건 정말 꿈만 같았다.

일단 한국으로 들어가서 비자준비를 했다. 첨엔 회사에서 1달여 신경안써주고 그담엔 내가 은행잔고를 신경못써서 넉달을 대기해야했다. 그리고 출국전 며칠전부터 잠을 제대로 못잘정도로 걱정을 했다. 정말 원하던 기회긴 하지만.. 또 적응 못하면 어쩌나.. 이번에도 실패하면 난 정말 아무것도 할수 없을거 같은 불안감..

처음 영국에 와서 내가 지금 여기서 직장을 다니는게 맞나 싶을정도로 하루하루가 신기했다. 사람들도 너무 좋고 일도 합리적으로 주어졌다. 때마침 봄에와서 날씨도 너무 좋고 분위기도 좋았다. 모든게 다 좋기만 했다 이렇게 좋은곳을 왜 이제야 왔을까 싶을정도였으니까.. ㅎㅎ 여행 다녔던 기차역 런던의 거리들을 출퇴근 하면서 점심시간에 산책하면서 걷는것도 너무 신기했다

이렇게 2년이 흘렀다.. ㅎㅎ 우여곡절이 많았지..

지금은 그냥 모든게 일상이다 ㅎㅎㅎ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고 열일하다가 피곤에 쩔어 집에와서 밥해먹고 씻고 자고.. 나름 불평도 생겼다. 한국에서는 팀장급이었는데 여기서는 신입사원 바로 위 정도? 어쩌면 늙어 정년퇴직할때까지 더이상 승진도 안될거 같다 이제 3-4년차 된 애들이 박박 우기면서 개긴다 ㅎㅎ 영어 못알아 듣는다고 비웃고 짜증내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회의 들어가면 1시간 이상 못버틴다 머리아파서.. 프레젠테이션 하란다.. 아 정말 생각하기도 싫다 그 창피함.. 은근 보이지 않는 차별도 요즘 느낀다. 월급은 지금까지 받던것중 제일 적다. 근데 집세와 교통비는 제일 비싸다. 매일매일 가계부 적어가면서 아껴쓰는게 이제야 좀 익숙해졌다. 내가 이나이 이경력에 이런대접 받아야 해? 이런생각 접는것도 어느정도 된거같다. 회사에서 난 그냥 커뮤니케이션 능력 안되는 많은 기술자중 하나일 뿐이니까. 되도않은 자존심 덕에 꽤나 오래 걸린거 같다 ㅎㅎ 난 그냥 지금 다시 시작하는 중이다. 웬만하면 참고 앞에서는 웃는다. 자존심 이런거 없는게 편하다. 그냥 있는듯 없는듯 묻어가는게 감정 드러내지 않는게 가장 이곳에서는 편하게 사는 방법이라는걸 많이 느낀다.

물론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하는데 그 구분하는게 쉽지는 않은거 같다.

참다 참다 한번 터뜨린게 의외로 일이 잘 풀린경우가 있고

얼마전 참다 참다 한번 터뜨렸다 오히려 내가 피박을 썼다

오늘은 그냥 참았다. 의외로 퇴근하면서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 오늘것은 참는게 맞는거였다 :)

4-5년간 진행된 대형프로젝트 막판이라 사람들이 다들 신경이 날카롭다. 정신도 없다. 어디나 똑같다 ㅎㅎ


이렇게 하루하루 다시 이곳에 적응해 간다

그냥 혼자 삼겹살 구워 먹으며 (가끔은 술을 마실줄알면 좋겠다 싶다 ㅎㅎ) 뜨뜻한 장판깔고 앉아서 쉬는 이시간을 즐긴다. 더 크게 바라는것도 없고 욕심부리지 않을 생각이다. 지금도 조금씩 비우고 있지만 더 많이 비울 것이다. 내가 가진 물건도 마음도 최소한만 남기고 다 비워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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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Sopig님의 댓글

no_profile Sopi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112.♡.22.137) 작성일

그래도... 멋지시네요! 남들은 어려울거 같다고 도전도 못해본 일에, 꿈 꾸시고! 도전해보시고! 성취하시고! ㅎㅎ 화이팅입니다! 저도 영국에 정말 남고 싶었던 사람인데~~ 현실에 적응하고 한국돌아와서 생활중이거든요~ 외국생활도 많이 힘드시지만 정말 어디든 많이 힘든거같아요 ㅎㅎ! 화이팅입니다!

ghlagh님의 댓글의 댓글

no_profile ghlagh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아이피 (81.♡.43.101) 작성일

감사합니다 요즘 이것저것 힘들어서 주저리 주저리 써봤네요.. ㅎㅎ 그래도 선택한 길이니까 갈데까지 가볼랍니다~ 같이 화이팅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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