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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일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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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o_profile Dave072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10.♡.64.141) 댓글 0건 조회 39회 작성일 26-01-28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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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34일 일요일 아침,

문 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자다 깬 눈으로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희미하게 사람 형태가 보였다. “Hi” 그가 인사했다. 나도 같이 짧게 인사했다. 신기했다. 사람은 잘 안 보이는데 실루엣과 목소리만으로 그가 섬나라 원숭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It’s mine” 그가 협탁 위의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재수 없는 색히 그거 누가 가져가냐?‘ “Sorry” 짧게 대답하고 시계를 돌려놨다. ‘저게 사람 뭘로 보고...‘ 이불을 뒤집어썼다.

 

뭔가 이상했다. 나는 싱글룸을 신청했다. 근데 저게 왜 여기 있는지 상황파악이 안 됐다. 잠 다 깼다. 자리에서 일어나 씻으러 화장실로 갔다. 간밤에 못 한 샤워를 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나는 분명 싱글룸을 신청하고 그에 맞는 금액을 지불했다. 홈스테이 예약 확인서에도 그렇게 명시되어 있다. 내 잘못도 아니고 학교 잘못도 아니라면...?

 

아침 식사 후 다이안에게 예약 확인서를 보여주었다. 다이안은 여주인이다. 남편은 빅(Vic)이다. 고등학생 외동아들이 있었는데 데이빗이었다. 예약 확인서를 본 다이안은 해맑은 표정으로 ~이러더니 토모야에게 2층으로 가겠냐고 물었다. 그 원숭이 이름이 토모야였다. 싱글룸에 베네수엘라 여학생이 있었는데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기억 안 나면 그냥 원숭이...

 

토모야가 짧게 라고 답했다. 그러자 베네수엘라 원숭이에게 물었다. 당연히 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가 안 됐다. 유추해보건대 애초에 남는 싱글룸이 없으면서 날 받은 것이었다. 싱글룸과 쉐어룸(더블룸)은 가격이 다르다. 당연히 쉐어가 조금 더 저렴했다. 돈은 둘째치고 혼자 쓰려고 싱글룸을 신청했는데 이 상황이 너무 불편했다.

 

왜 그랬을까?’ 난 아직 답을 찾지도 못했는데 다이안이 먼저 답을 찾은 듯 손뼉을 치며 나에게 말했다. “네가 올라가면 되겠네?” 참 편하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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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처음 머물렀던 하숙집.하나도 안 변했다.>


난 아직 2층을 못 봤다. 어젯밤에 왔는데 내가 뭘 알겠나? 2층에 빈방이 있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짐을 챙겨 2층으로 올라갔다. 다이안이 따라 올라왔다. 방에 들어서니 싱글 침대 4개가 있었다. ‘뭐지? 설마 날 4등분...?’ 다이안이 말하길 가끔 손님들이 오는데 그때만 손님들과 함께 자라는 것이었다. 아래층 원숭이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가 게스트 룸이라는 것을...

 

그 집 가족들이 어떤 사람들인지는 금세 알게 된다. 다들 착하다. 욕심도 없고 그냥 착하다. 빅은 말을 한마디도 안 한다. 난 빅이 말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 빅은 그저 자상한 눈길로 다이안을 바라볼 뿐이었다. 데이빗은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거실을 자신의 방으로 쓰고 있었는데, 그것이 불만이었다. 다이안이 나에게 거실은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했다

 

월요일에 집을 옮길까 했는데 그냥 참았다. 사람이 불편하면 바로 나가겠는데, 딱히 불편함을 못 느꼈다. 2주 예약하고 왔는데 그 안에 집을 구해 나갈 생각이었다. 집 근처를 돌아보았다. 시내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 주변에 편의 시설이 아예 없었다. 진짜 시골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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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었는데, 살아보니 정말 살기 좋은 도시였다.>

 

급하게 온 거라 영국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 시간이 없었다. 유학원에서 상담받을 때 힐링 목적으로 도시를 추천해 달랬더니 이스트본을 추천해줬다. 물가 저렴하고 휴양도시여서 좋을 거라는 말만 믿고 왔다.

 

월요일에 학교에 가보니 새로 온 학생이 50명 정도 있었다. 간단하게 레벨 테스트를 하고 반을 배정했는데 학교에 레벨이 딱 3개뿐이었다. 초급, 중급, 상급반이었는데, 초급반과 상급반은 하나씩이고 나머지는 모두 중급반이었다. 유학원에서 이 학교에 한국인이 5명뿐이라고 해서 선택한 건데 가보니까 28명이었다. 새로 온 한국인이 23명이었다. 23명이 모두 그렇게 듣고 온 것이었다.

 

어드밴스 클라스에 배정됐는데 나 포함 한국인이 3명이었다. 나는 불만이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난리였다. 각반에 한국인이 4~5명이었다. 한국 학생들이 나에게 대신 항의해 달라고 부탁했다. 어드밴스 담당 교사가 이 학교 교감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스테파니라는 중년여성인데 좋은 사람이었다.

 

스테파니는 학생들의 국적 문제를 이해하지 못했다. 말 길게 하기 싫어서 그냥 클라스를 세분화 해달라고 부탁했다. 초급과 중급 사이에 pre-intermediate를 만들고 중급과 상급 사이에 upper를 만들었다. 테스트 점수 10점차 이내에서 배정하던 것을 5점으로 낮추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아 놓으니 한국인들이 흩어졌다. 불만도 없어졌다.

 

기존에 있던 한국인에게 방 정보를 얻었다. 처음엔 방만 빌려 살 생각이었다. 싱글룸 월세가 보통 200파운드였다. 처음 보러 간 집은 들어서자마자 돌아 나왔다. 집안에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청소를 한 번도 안 한 티가 났다. 너무 더러워서 안 보고 그냥 나왔다.

 

다음으로 찾아간 집은 정말 좋았다. 집주인이 스코틀랜드 사람이었다. 집주인이 함께 거주하는 집은 대저택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방이 8개 이상 되는 진짜 큰 집이었다. 그 집은 금남의 집이었다. 집주인이 유일한 남성이었다. 그 집 옆으로 두 채를 더 가지고 있었는데 거기는 들어갈 수 있어서 방을 보러갔다.

 

원베드 플랏이었다. 집이 너무 좋았다. 월세 250파운드인데 이스트본 원베드 플랏 평균 월세가 300~350파운드였으니 저렴하게 내놓은 것이 맞다. 경제적인 부분만 보면 확실히 이스트본은 좋은 동네였다. 계약하려고 했더니 다른 사람이 먼저 계약금을 걸었단다. 그럼 나한테 왜 보여준 거야? 짜증났다.

 

방 보러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다. 집에 돌아오니 못 보던 사람이 있었다. 누구냐고 물어보니 게스트란다. 가끔 온다면서 그날이 왜 오늘이야? 그 사람과 계단을 함께 오르게 됐다. 뒤에서 따라가는데 이 사람의 암내를 맡고 하늘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난간을 붙잡고 정신을 차리려 애썼다.

 

군 복무를 양키들과 했었기 때문에 그놈들 암내를 잘 알고 있었다. 이 친구는 좀 심했다. 거의 생화학무기 수준이었다. 다행히 하루만 머물다 떠났다. 게스트가 있어서 좋은 점도 있었다. 게스트가 머문 다음 날 아침 식사는 English Breakfast였다. 그게 맛있는 요리는 아니었는데, 다이안이 요리를 너무 못해서 그나마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리 중 하나였다.

 

하숙집에서 안 좋았던 점은 저녁 식사였다. 다른 집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요리가 아무 맛이 없었다. 아무런 양념 없이 그냥 맹한 상태로 나오는데 식탁 위에 놓인 소금, 설탕, 후추, 바비큐 소스, 머스타드 소스, 케찹 등으로 본인 입맛에 맞게 조절해서 먹었다. 절대 살이 찔 수 없는 요리인데 다이안과 빅은 고도 비만이었다.

 

저녁 식사시간이 되면 토모야는 사라진다. 함께 밥을 먹은 적이 거의 없다. 베네수엘라 원숭이는 먹는 시늉만 하다 사라졌다. 나도 사라지고 싶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남의 집에서 식사할 땐 음식을 남기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예의가 아니라고...

 

다이안의 요리를 남기지 않고 먹기란 정말 고역이었다. 다른건 다 괜찮은데 음식 때문에 정말 너무 힘들었다. 한국도 아닌데 남겨도 되지 않을까 눈치를 봤다. 맞은편에 앉은 다이안의 천진난만한 얼굴을 보고 있자면 차마 남길 수 없었다. 예의상 맛있게 먹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겨우 다 먹었는데 다이안이 더 줄까?” 이럴 땐 깜짝 놀라 재빨리 손사래를 쳤다. “노노노노, I’m full” 식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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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숙집 근처에 있던 오리엔탈 식품점이 지금은 시내로 이사했다.>


밖에 나와 걸었다. 한국 음식이 너무 그리웠다. 걷다 보니 눈앞에 오리엔탈 식료품점이 보였다. 호기심에 들어가 보고 깜짝 놀랐다. 한국 식품이 있었다. 심지어 소주도 있었다. 소주는 아무래도 가짜 같았다. 소주병이 한국에서 단종된 옛날 두꺼비 병이었다. 소주병을 들어봤더니 병뚜껑 안쪽에서 녹가루가 떨어져 소주에 섞이는 것이 보였다. 정상적인 소주는 아닌 것 같았다. 가게 사장이 중국인인 것을 보니 더더욱 믿기 힘들었다.

 

신라면 큰 사발을 하나 샀다. 이걸 먹으려니 눈치가 보였다. 거실이 없으니 다들 주방 식당에 앉아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아까 배부르다고 해놓고선 이걸 먹고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게스트룸에 세면대가 하나 있었다. 더운물이 엄청나게 뜨거웠다. 물을 틀면 김이 올라오는데 이 정도 열기와 김은 태어나서 본적이 없었다. 04카페에서 영국 수돗물은 석회질이 많이 함유돼서 그대로 마시면 안 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망설이다 그냥 물을 받았다. 라면이 잘 익었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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